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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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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 [연중19주일] 죽음의 힘도 다스리시는 주님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8-05 조회수2,628 추천수6 반대(0) 신고

                          주님 거룩한 변모 축일

                                <맛보기>

                     다니 7,9-10.13-14; 마태 17,1-9

 

우리는 어릴 쩍에 설탕을 녹여서 만든 뽑기를 만들어 먹으면서 [어떻게 하면

모양을 무너뜨리지 않고 잘 뽑아서 또 한 개를 얻어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 적

이 있을 것입니다.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먹거리를 조금씩 나눠주면서 잘 뽑았을

때의 상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고자 했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집에서 뽑기를

살 만한 것들을 가지고 나와서 더 잘 뽑기 위해서 노력할 수가 있었습니다. 소위

[맛보기]로 주워지는 것을 통해서 본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부를 생각하면서 어

머니를 조르기도 하고, 어머니 몰래 뽑기를 하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사명을 완수하셨을 때 누릴

수 있는 영광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맛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제자들은 그 황

홀한 영광에 도취된 나머지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율법을 대표하는 모세와 예언서를 대표하는 엘리야를

함께 모시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일이었

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곳을 떠나지 않고 천막을 치고 살자며 예수님께 제의를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구름과 함께 사라지고, 예수님께서는 앞장서서 산

을 내려가고 계십니다.

 

우리는 해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9/14)을 40일 앞두고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내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주님께서 십자가 위에 들어 높여진 사실과

거룩한 변모의 사건이 갖는 연관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자칫 치욕과 영광이라는

두 가지 사건이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전혀 별개의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 사건을 통해서 당신 본

연의 신분을 드러내시고, 아울러 당신께서 세상에 파견되어 오신 임무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십자가의 사건이 있은 다음에라야 주님께 영광도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영광을 받으시기 전에 먼저 십자가 위에 높이 들어

올려져야만 한다는 예언의 말씀을 이루셔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영광을

받기 전에 거쳐야 할 것이, 호의호식이나 무위도식이 아니라 십자가의 고통이어

야만 할까를 고민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우리들 사람

에게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들은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삶을 살아가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편하기보다는 불편하고, 개인적인 취향에 맞기보다는 취향을

거스를 때가 더 잦은 이 세상살이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입니다. 사람을 한 번에 완전한 존재로 창조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완전함을 닮

아 가는 존재로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되어 가는 존재, 완성되어 가

는 존재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되어 가는 존재의 삶은 아직은 완성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삶에 어려움과

괴로움이 잦아들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만, 주님께

서 보여주시듯 하느님 나라의 영광이라는 [맛보기]를 얻기 위해서라도, 한 번 체

험하면 결코 떠나기 싫은 그 영광을 얻기 위해서라도, 재차, 삼차의 노력을 통해

서 도달해야만 할 나라로서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말씀의 묵상과 생활에서 오는 체험을 통해서 하느님 나라의 영광을

미리 그리면서 고되고 외로운 삶의 질곡 속에서도 마음은 벌써 하늘 나라의 기쁨

을 체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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