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정원이 이야기(성모신심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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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광웅 | 작성일1999-08-07 | 조회수3,561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정원이 이야기(루가 1,39-56):성모신심 미사
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사랑으로 삽니다. 저는 오늘 한 여자 아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 아이는 4살로 이름은 현정원, 본명은 요셉피나입니다. 정원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병원에서만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정원이를 본 것은 몇 달 전입니다. 미사를 마치고 본당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때, 한 자매님이 조금마한 여자아이를 제게 데리고 와서 애가 많이 아프니 축복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안수해 주고 그 아이를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몇 일전에 길병원 심장쎈타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병원에 매일 갈 일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저는 그 아이에게 들러서 잠시나마 함께 놀아주곤 합니다. 처음에는 약간은 경계하는 눈치였으나, 지금은 낯이 익어서 저를 잘 따릅니다. 하루는 아무런 근심이 없는 듯이 밝아만 보였던 정원이의 어머니가 눈에 눈망울을 맺혀가며 정원이 이야기를 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정원이는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태어났는데, 태어나면서 의사들이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그 엄마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여기저기 용하다는 병원을 다 돌아다니다 심장쎈타가 있는 인천 길병원에 오게되어, 정원이가 6번의 시술과 6번의 대수술을 받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애의 몸에는 온통 칼자국과 꿰맨자국이 많습니다. 정원이의 심장은 반쪽만 있습니다. 좌심방과 좌심실뿐입니다. 그리고 폐도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뇌에서 심장까지 그리고 발끝에서 다시 심장까지 인공 혈관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원이는 해맑게 그리고 강한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난 뒤에 집으로 잠시 퇴원할 수 있을지 결정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정원이의 엄마는 걱정이 많습니다. 병원비 때문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재단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정원이는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재단사업도 사업인지라 날 가망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원이는 다섯 가지 이상의 병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고, 더욱이 날 가망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영세민 혜택으로 치료비의 1/3 정도 감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정원이의 엄마는 실망하지 않고, 오늘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정원이와 함께 병원에서 지내며, 병상에서 함께 잠을 잡니다. 정원이의 엄마는 정원이를 결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입니다. 정원이는 바로 어머니의 사랑으로, 그 사랑 때문에 살고 있습니다.
2. 저는 그 모성애에, 그 사랑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이처럼 강하면서 따뜻합니다. 지금은 중단된 프로이지만, 저는 신학생 때 휴일 날 방영하는 '우정의 무대'라는 프로를 많은 신학생들과 함께 즐겨 보곤 하였습니다. 거기서 '그리운 어머니'가 가장 인기 있었습니다. 덩치 큰 군인들이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글썽이는 이유는 바로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보여 줍니다. 그 사랑이 헌신적이고 생명을 주기에,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아마도 하느님의 사랑이 어떠함을 우리는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원이의 어머니가 정원이를 사랑하는 것보다 하느님은 우리를, 아니 바로 나를 사랑하십니다.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먼저 나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아드님, 바로 당신 자신을 온전히 우리에게 내어 주셨습니다. 우리의 앓을 병을 대신해서 앓으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그 사랑 때문에 살고 있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주님을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먼저 느껴야 합니다. 그 사랑을 느꼈을 때 우리는 이렇게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레입니다. …" 우리 역시 하느님의 사랑에 겨워 마니피캇을 부를 때, 내 안에 예수님을 모실 수 있습니다. 아니 바로 나는 예수님을 잉태하는 또 다른 마리아가 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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