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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베드로가 물위를 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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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8-07 조회수3,323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9주일

                         <베드로가 물위를 걸었네요>

                1열왕 19,9ㄱ.11-13ㄱ; 로마 9,1-5; 마태 14,22-33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첫 번째 여름 방학을 맞았을 때 각 과목마다 여름 방학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체육 과목에도 숙제가 있었는데 정해진 수영장

을 몇 번 이상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함께 뜨거워진 여름의 열

기를 달래기 위해서 몇 차례에 걸쳐서 수영장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학생들이 가야했던 수영장은 서울에서 떨어져 있는 북한산성 수영장이었습니다.

계곡 물이 맑고, 시원했기 때문에 웬만큼 준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추워서 물 속

에 몸을 담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여름 방학도 거의 마쳐갈 무렵, 친구들과 저는 사 두었던 입장권을 사용하기

위해서 마지막 수영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수영장에 도착해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바구니에 옷가지와 가방을 넣어서 파라솔 아래 가지런히 정돈해

두고 오전 수영을 즐겼습니다. 배가 고파진 우리들은 점심 도시락을 먹기 위해서

파라솔로 돌아왔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제 가방을 담아두었던 바구니가 끝내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장난을 치는 줄만 알고 [그러지

말고 빨리 줘라, 배고프다~] 라고 말했는데 나중에야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난감해진 우리들은 그제서야 [도둑을 당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도둑은 제 점심 도시락을 먹은 다음

탈의실에 빈 도시락을 버리고, 제 옷은 입고서 도망을 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저와 친구들은 수영장뿐 아니라, 인근의 계곡과 숲 속을 수영 팬티 하나만을 걸

치고 마치 숲속의 왕자 타잔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녀야만 했습니다. 제 머릿속에

는 [이제 집에는 어떻게 가야하나?] 하는 고민과 함께 어머니께 야단 맞을 생각

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렇지만 하는 수 없이 집에 전화를 걸어야만 했

습니다. 사정 얘기를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걱정하지 말고, 수영하면서 친구들과

놀고 있어. 엄마가 옷가지고 갈게] 라며 안심을 시켜주셨습니다.

 

이렇게 옷까지 잃어버리면서 열심히 쫓아다녔던 수영장이어서인지, 여름에는

실외, 겨울에는 실내 풀장에서 선생님께 배웠던 수영 실력들이 학생회, 신학생,

지금 사제 생활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영을 배우

면서 배영을 배울 때는 정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물에 뜬다는 것만으로도 굉장

한 기적이라고 여기던 시절, [물위에 편안하게 눕기만 하면 된다]는 선생님의 설

명만으로는 도무지 수영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하는 수 없이 제

머리를 뒤에서 받쳐주시며 몸에 힘을 빼고 발차기를 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을 다 믿지 못하고 겁을 먹었던 때문인지 자꾸만 몸에 힘이 들어

갔고 물 속으로 점점 가라앉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재차, 삼차 조언을 하시

는 선생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했더니 어느 새인가

몸을 뒤로 눕히고도 수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저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가르치는 선생님을 믿고, 믿지 않고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자

세에 많은 것이 달려 있음을 모르지 않지만, 이런 점들을 깨달은 것은 훨씬 후의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복음을 보면 빵의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먼저 배에 태워 호수 건

너편으로 보내시고 당신은 산 위, 조용한 곳에서 기도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을

향해서 물위를 걷고 계셨습니다. 이 때 제자들이 예수님을 발견하게 되는데, 제

자들은 역풍을 만나서 고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네 시쯤, 아직 날도 밝기

전에 흐릿한 물안개가 자욱한 곳에서, 바람과 한판 승부를 벌이느라고 온통 땀으

로 범벅이 된 제자들에게 물위를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은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

분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군지 모르게 [유령이닷!] 소리를 질렀고, 예수님은

[나다 안심하여라. 겁낼 것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들은 베드로가 나

서서 [주님이십니까? 그러시다면 저더러 물위를 걸어오라고 하십시오] 라고 청합

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너라] 하셨고,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위를 밟고 주님께

걸어갑니다.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제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두려워했지만, [나다 안심하여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이 용기를 내서 당신을 향해 물위를 걸을 수 있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거센 바람을 느낀 베드

로가 무서운 생각을 하자마자 그는 물에 빠져들게 되고 맙니다. 그리곤 [주님,

살려 주십시오]라며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건져주시며

[왜 의심을 품었느냐,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라고 묻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와 함께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께 대한 의심과 믿음이라는 것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아주 미소한 차이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의심도 베드로에게서 나왔고, 그분께 대한 믿음도 같은 베드로에게서 나왔

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불신과 믿음이 함께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불

신의 마음을 지닐 때에는 험한 풍파에 빠져 생명의 위협을 받았지만, 믿음을 지

킬 때는 주님께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주님을 자신의 배에

모셔들이자 험한 풍파가 잦아들 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만 하겠습니다.

 

우리들 가운데는 어렵고, 고통스럽고, 의심이 가고, 생활고에 찌들리면서도 거

기에 굴하지 않고 주님께 대한 믿음 안에서 삶의 고뇌들을 이겨내고자 하는 사람

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남들보다 여유롭고, 떠받치고 가야할 인생의 무게도

남들보다 무겁지 않은 이들이 오히려 주님을 믿기보다는 자신을 더 믿고, 자신의

재능과 권력을 맹신한 나머지 삶의 고락을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지 못하는 사람

들도 많이 있습니다.

 

처음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베드로는 많은 물고기를 한꺼번에 잡도록

도와주신 예수님을 향해서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라고 말했

었지만, 예수님께서 [나는 너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는 예수님을 따라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맡길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그 베드로는 투박하고 성급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했었지만,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오로지

주님만을 의지하며 거듭 일어남으로써, 그리고 주님을 자신이 타고 가는 배에 모

셔들임으로써 잔잔하고 평온한 바다 위를 항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복되는 실패와 잘못 속에서도 다시금 주님을 모신 사람답게 자신의 처신을

변화시킬 줄 알았던 베드로가 주님께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고 믿는이들의 으뜸으

로 주님 앞에 설 수 있었듯이, 삶의 고달픔을 호소하는 우리들에게도 베드로처럼

주님의 음성에만 귀를 기울이고, 주님의 행동만을 눈여겨보며, 주님만을 자기 삶

의 주인으로 맞아들일 수 있는 변함없이 항구한 믿음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수영은 배워두는 것이 좋을 겁니

다. ^^)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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