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모승천대축일]"사는 게 사는 게 아녀"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8월15일 독서 복음묵상 | |||
작성자지옥련 | 작성일1999-08-14 | 조회수3,808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전주교구 숲정이] 강론말씀 - 서정현 신부/ 줄포선교성당
"사는 게 사는 게 아녀"
어느 시골 공소 미사 중에 한 할머니께서 요즘 어떤 어려움이 있으시냐는 질문을 받고 이르시는 말씀, “사는 게 사는 게 아녀”. 이 말은 지금의 그 분의 삶이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천하게 산다는 뜻일 것입니다. 할머니는 일찍이 가난한 지금의 시골 공소에 시집와서 어렵게 자녀들을 교육시켜 분가시키고 지금은 홀로 살면서 온종일 밭에 나가 뙤약볕 아래서 일하고 밤이면 삭신이 쑤시는 몸을 가누며 저녁기도를 바치는 분이십니다. 비록 외롭고 고통스런 나날이지만 일생을 주님만 믿고 그 분께 온 희망을 두면서 매일 “주께서 여종의 미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라는 마리아의 노래를 읊으십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요즘의 농촌의 모습은 비닐 하우스의 비닐이 온통 찢겨져 앙상한 갈비뼈 처럼 철골이 드러나 있고, 바람에 떨어진 고추 수확에 농부들은 여념이 없습니다. 태풍이 거세게 불어 비닐이 전부 찢기던 날 한 형제는 그저 허허 웃으며 한 잔 술로 쓰린 마음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농작물의 과잉 생산으로 값이 폭락하여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애써 지은 농사이기에 그래도 최선을 다해 수확을 합니다. 농촌의 삶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두고 있는 분은 우리 주님이십니다. 그분은 성모님께 해 주신 것처럼 우리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아 주시며 그 분 몸소 우리보다 더 무거운 십자가를 지시며 우리 삶에 동참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죽음까지도 굴복시키신 하느님께서 우리가 처한 비참한 상황을 극복시키지 못하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참다운 의미에서 우리가 사는 것 같이 살 수 있도록 마련하셨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