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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처럼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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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8-14 조회수3,407 추천수2 반대(0) 신고

                          성모 승천 대축일

                      <어머니처럼 되게 하소서>

       1역대 15,3-4.15-16; 16,1-2; 1고린 15,54ㄴ-57; 루가 11,27-28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 하에 있던 우리 민족이

해방을 맞은 지 쉰 네 돌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서 강제로 합방 당했던 수모를 이겨내고 해방만이 우리 민족이 살아갈 길임을 간파한 선구자들의 피와 땀이 이룩한 결과였음을 의심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만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관광 안내인은 한국의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일

송정은 바로 저기 저 산 위에 있는 한 그루 소나무를 가리키는 것이요, 해란강도 이제 곧 볼 수 있습니다] 라고 설명해 줍니다. 그 너른 만주를 누비며 오직 한 가지 소망, [이 한 몸이 죽음으로써 민족의 해방이 온다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죽음으로써 답하리라]는 선구자들의 뜨거운 애국심이 느껴지기에 충분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를 한국 교회의 주보 성인으로 모

시고 있는 우리 나라가 어머니를 통해서 민족의 해방과 통일을 위해서 봉헌한 기도가 적지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 바로 그 어머니의 승천을 기념하는 같은 날, 민족의 해방을 맞았다 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곧 우리 민족은 주보이신 어머니로부터 특별 기도의 대상이 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과거에는 성모 몽소 승천(聖母蒙召昇天; 곧 예수님의 승천

과는 달리, 부르심을 받은 승천이란 뜻)이라고 불렀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승천의 영광을 드러내셨듯, 일생을 주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서 노력하신 마리아께서 그리스도 부활의 한 몫을 차지하셨다는 것은, 어머니처럼 일생을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모든 신앙인들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믿는 모든 이들의 희망이요,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교리에 대해서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1950년에, 성자께서 이 세상에 강생하

신 자리였던 마리아의 육신은 인간 죄악의 한 가지 결과인 육신의 부패를 면제받게 되었다는 [몽소 승천]을 교회의 공식 믿을 교리로 선포하신 바 있습니다.

 

이 축일에 경축하는 믿음은 예수님과 같은 육신의 부활신앙임을 전제할 때, 성

모님께서도 육신과 영혼이 함께 부활하여 승천하셨음을 말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곧 인간이 사망한 후에도 그 영혼이 영원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육신을 포함하여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이 계속 존재한다는 믿음인 것입니다.

 

복음에서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행하신 위대한 업적을 찬미하는 노래

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천주 성자 강생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선택한 개인인 동시에, 하느님께서 구원하려고 하시는 하느님 백성의 구체화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마리아의 찬미가(Magnificat)는 구약성서의 여러 구절들을 함께 모은 것으로서

두 가지 특징적인 구약 신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첫째 하느님은 부유하고 권세 있는 자를 돕지 않으시고, 가난하고 순박한 자를 도우신다는 것, 둘째 하느님은 약속하신 자비를 영원토록 베푸신다는 점입니다. 마리아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이 똑똑하고, 잘나고,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 일을 해주신 덕분입니다](루가 11,49) 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겸손하고, 하느님의 뜻만을 구하셨던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승천에 대해서도 [인간에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하느님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응답하셨을 것 같습니다.

 

마리아를 맞이했던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이렇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주님께

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가 11,45) 과연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만을 듣고도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할 줄

알았던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특권과 하늘로 불려 올리시는 영광을 선사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은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면서, 어떠한 어려움과 이해되지 않는

답답함 속에서도 하느님의 약속을 끝까지 믿고 그 말씀에 순종했던 어머니의 모

습과, 그 순명에 응답하시듯 어머니를 정녕 복 받은 사람으로 변화시키셨던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게 됩니다. 또한 그 어머니의 천상 탄일이 우리 민족의 해방일이 되게 하신 이 민족에 대한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에 감사드리며, 우리들도 어머니처럼 하느님의 뜻에 순명할 줄 아는 겸손하게 충실한 하느님의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결심을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기쁨이며 희망이신 어머니,

저희들도 하느님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본받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이해가 갈 때가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우리들을 위해서 자비를 베풀어주시는 하느님의 뜻에,

언제나 순명하는 자녀가 되게 하소서.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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