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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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9-07 | 조회수2,729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 골로 2,6-15; 루가 6,12-19
형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뽑아 세우시는 모습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이 복음 말씀은 하나의 사건을 간략하게 보도하는 형식으로, 서품식을 연상케하
고 있습니다. 체육관을 꽉 메운 신자들 앞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를 기다리
는 서품자의 모습, 바로 그 모습과도 같았을 사도들의 모습, 그러나 그 사도들을
뽑으시기 위해서 밤새워 기도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사도들의 떨리는 마음보다도
루가에게는 더욱 인상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루가는, 마태오와 마르꼬가 전하는 것과는 다르게 예수님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신중하게 기도하셨던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선택하신 후
에, 그들에게 어떠한 말씀, 이를테면, ’왜 내가 너희들을 뽑았는지’ 또는 ’너희
들이 할 일은 바로 이런 것이며, 이러한 권한을 너희에게 주겠다’ 라든지 하는
말씀은 하시지 않고, 오히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계시는 예
수님의 모습을 루가는 자연스럽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뽑히우고 무슨 일을 하여야 하는지 모르는 사도들과 뽑으시고 나서 관심을 보
이지 않으시는 예수님 사이에 어떤 미묘한 냉기가 흐르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습
니다. "왜 저 분은 ’나’에게 어떻게 하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는 것일까?" "당신
을 따라서 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저분은 왜 나를 이렇게 대하시는 걸까?" "겟
네사렛 호숫가에서 그분을 처음 뵈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너희를 사람 낚는 어
부가 되게 하겠다’ 라고 하신 말씀 말고는 이렇다 할 말씀이나 가르침을 주시지
않으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도들이 이러한 생각을 할 때, 아니 나 자신이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바로 그때, 예수님은 삶의 비통함과 처절함을 온 몸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
나고 계셨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단 한 번도 미소 띤 얼굴로 보아
주지 않았던 사람들, 최소한 호의에 찬 말투도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들, 아무도
진정한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던 부랑자, 창녀, 문둥병자, 곰배팔이 앉은뱅이 등.
예수님은 사도들이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을 만나고 계셨던 것입니
다. 아무 말씀도 않으신 그분이 오히려 소외된 그들을 감싸 안으며, 무언의 웅변
을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사도들입니다. 2천년 전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그분을 처
음 뵈었던 그 사도들입니다. 비록 아직은 우리가 하늘 나라를 가르치시며 예루살
렘으로 가시는 그분의 행적을 더 따라야 하고, 그분의 죽으심과 부활 사건도 체
험해야 하지만, "진정으로 저분의 삶을 닮고 싶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는
우리는 누가 뭐라 해도 진정한 사도들이어야 합니다.
사도들인 우리들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침묵으로 가르치고 계십니다. 바로 2 천
년 전 갈릴래아에서 당신이 만났던 그 부랑자, 창녀, 문둥병자, 곰배팔이, 앉은
뱅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그분은 말씀하
시는 것입니다.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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