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먼저 들보를 꺼내어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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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9-10 | 조회수2,460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먼저 들보를 꺼내어라> 1디모 1,1-2.12-14; 루가 6,39-42
사람은 원천적으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첫 사람을
만드실 때부터 사람은 서로 만나서 서로의 일을 도우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로부터 아쉬움을 느끼고, 그들에게서 고
통을 체험하면서부터 이제는 혼자 살 수도 없고 남과 같이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인생의 희비가 여기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남과 함께 살면서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내 눈에 남의 잘못이 비
치는 경우입니다. 남이 잘한 일은 그것을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세월과 예리한 관
찰 분석이 필요하지만 남의 잘못은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남들은 늘 나에게 잘
해야만 하는데 오히려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여기서 인생의 딜레마가 생겨납니다.
잘못이 고쳐져야 하고 다스려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면, 다행히도 외적
으로 드러나는 물리적 과실은 법으로 다스려지게 됩니다. 그런데 법이 미치지 못
하는 그 숱한 잘못들, 사람의 신경을 박박 긁는 잘못들, 부모 자녀들을 갈라놓고
형제지간을 갈라놓고 우애를 짓밟는 잘못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하는 의문이
생겨납니다. 여기에는 사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습니다. 서로가 잘하기도 했고
서로가 잘못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서로간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어
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없도록 근본적인 치료제를 제시하
고 계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혼자 사는 나라가 아니고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
여럿이 함께 살면서 [너와 나]의 관계를 이루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남을 탓하고 교정하는 따위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잘못을
보면서 그 잘못이 혹시 나의 잘못은 아니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뜻에서 [남을 판단하지 말라, 남을 단죄하지 말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
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외적인, 물리적인 잘못을 법이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이라면, 내면의 잘못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일은 하느님이 하시는 일
입니다. 그러니 남의 잘못이 안타깝거든 판단하고 단죄하려 들기보다는, 먼저 그
와 같은 자신의 잘못을 고치는 것이 구원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가르침이
생겨났습니다.
만일 내가 남의 잘못을 판단한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판
단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상대
방을 판단하는데 사용했던 동일한 기준으로써 나도 판단 받을 것입니다. 그 때
사람들은 자신이 남에게 얼마나 심하고 가혹한 판단을 했는가를 생각하면서 후회
하게 될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말씀을 예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겨냥하여 하시기도 했고 당신 제자
들을 보고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율법 준수의 형식만을 고집
한 나머지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는데 눈에 불을 켜고 있었기에 실체를 바라볼 수
없었다면,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들은 이런 모순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뜻을 살
아야할 사람답게 먼저 자신의 잘못을 살피며, 진리이신 당신의 말씀과 그 진리
자체를 위해서 살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똑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는 사람을 판단하고 누구는 재판을 받는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잘못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
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고사성어처럼, 먼저 자신의
마음속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려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들은 그리스도의 빛으로써
조명 받을 수 있게 되고, 마침내 주님과의 일치라는 완성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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