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십자가는 희망의 증표...]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착하고 바른 마음으로] | |||
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9-14 | 조회수2,905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십자가는 희망의 징표, 부활의 보증> 민수 21,4ㄴ-9; 요한 3,13-17
오늘은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예수께서 못 박히신
십자가를 예루살렘에서 발견했다는 역사에서 연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로마의 콘
스탄티누스 황제는 312년에 로마 근처 밀비오 다리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게 되
는데 하늘에 나타난 십자가를 환시 중에 보게 되었고 "너는 이 표로 승리하리
라"(In hoc signo vinces)는 말씀을 들어 이미 승리를 확신했던 것입니다. 십자
가의 위력과 힘을 나타낸 전승의 내용입니다.
콘스탄티누스는 모친 헬레나의 영향도 있었지만 승리를 가져다 준 하느님께 감
사하며 313년 ’밀라노 칙령’을 통해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유를 선포하였습니
다. 300여 년간의 박해에서 해방된 크리스챤 백성은 이때부터 성지 예루살렘과
특히 그리스도의 무덤, 그의 십자가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발굴과 보존을
위해서 성녀 헬레나가 가장 많이 힘쓴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발견
에 대해서는 동서방의 전승이 함께 4세기 말경부터 이 사실을 증언하고 있으며
또한 십자 나무 공경 의식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전례는 한결 같이 십자 나무를 강조하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십
자가 현양 축일인 오늘 교회의 일차적 관심은 십자가 자체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구
원이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을 통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십자가는 구원을 가능케 한 구체적 도구입니다. 그 때문에 오늘의 전례는 죄와
죽음을 이긴, 악마와 어둠의 권세를 물리친 십자가의 승리를 노래하는 동시에 하
느님의 영광을 읊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바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나타
낸 확인서인 동시에,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끄는 길잡이가 된 것입니다.
사실 이 미사는 바로 십자가 제사의 반복이며 재현입니다. 우리는 이 미사 중
에 영성체를 하면서 십자가의 열매를 맺을 것과 십자가의 기적 속에 살 것을 다
짐하게 됩니다.
십자가의 결정적 승리와 영광,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부활입니다. 우리는 모
두 부활의 희망을 간직한 믿음이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십자가는 우리에게 정녕
희망의 징표, 부활의 보증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삶을 꾸준하게 살아 나갈 때
우리는 감히 사도 바울로와 같이 "나에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밖에
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갈라 6,14)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의 제1독서는 민수기의 말씀으로 불뱀과 구리뱀의 이야기입니다. 유다 백
성들이 광야에서 가나안으로 가면서 고생 때문에 하느님과 모세를 원망하며 불평
을 터뜨리자 하느님께서는 불뱀을 통해서 벌을 주십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하느
님께 자비를 청하자, 모세를 시켜 구리뱀을 만들고 불뱀에 물린 사람들로 하여금
쳐다보게 하여 치유해 주었다는 내용입니다. 민수기의 이 말씀은 바로 오늘의 요
한복음에서 그 참뜻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높이 달렸던 광야의 구리뱀은 바로 높
이 달려야 할 예수, 곧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상징한 것이었습니다. 구약의 내용
은 신약을 통해서 그 참뜻이 밝혀진다는 것입니다.
높이 달린 십자가는 신비의 절정이며 이 사건을 통해서 결정적인 구원이 이루
어지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이기심을 극복하게 하는 열쇠입니다. 십자가를 통해
서 우리는 [사랑은 바로 다른 사람을 위한 것]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랑과 구원은 복음 안에서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타인
을 위한 삶, 그것이 바로 구원의 삶인 것입니다. 십자가는 계속 타인을 가리키는
하느님의 손가락입니다. 하느님의 방향 표시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일깨우시
는 하느님의 손짓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기념하며 일생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
도록 오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