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신은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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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9-14 | 조회수2,542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통고의 복되신 성모 마리아 기념일 <당신은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 히브 5,7-9; 요한 19,25-27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다음날은 오늘은 십자가 아래 계셨던 어머니의 고통스러
운 마음을 헤아리는 통고의 복되신 성모 마리아 기념일을 지내게 됩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무 것도 못할 것이 없다는 어머니의 마음이셨기에, 그렇게도 위했
던 아들이 십자가의 치욕 속에서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는 아픔은 그 뜻을 헤아리
기 전에 극도의 고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아들이 미쳤
다면서 가족들을 손가락질했었고, 마침내는 당신 아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
고타로 걸어가고 있다는 경악할 소식을 듣고 미친 듯이 뛰쳐왔던 십자가의 길속
에서 피투성이로 사색이 된 얼굴만을 볼 수 있었을 뿐이었거늘, 울며 애원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십자가 아래서 아들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입니다.
손과 발이 못에 뚫리고 선혈이 낭자한 예수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올
라와야 했던 십자가의 길이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구경꾼들은 어찌나 많은지
그 많은 사람들을 뚫고 아들을 만나기까지는 혹시라도 이미 처형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가슴 조려야 했고, 좌충우돌 구경꾼을 헤치며 도착한 자리에서는 한 품에
안길 듯이 탈진한 아들이건만 가슴속에 품어보지도 못한 채 군사들이 휘두르는
채찍 아래서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는 세상을 구속하는 무거운 발걸음을 아른거
리는 눈망울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아들이 간 길이 십자가의 길이었다면 어머니께서 가신 길 역시 십자가였습니
다. 아들이 간 길이 가시관이 머리를 짓누르는 아픔이었다면 어머니의 길 역시
가시밭길 그 자체였습니다. 아들은 비록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었어도, 어
머니는 다만 헤아릴 순 없어도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순박한 무지
그 자체였습니다. 소리쳐 울고도 싶고, 어찌 이런 고통이 나에게 와야하는 것이
냐며 하소연도 하고 싶지만, 떳떳하게 울 수도 없는 나약한 모습만을 간직한 채
숨죽이며 흐느껴야만 했던 어머니이십니다.
오늘 우리는 그 어머니의 삶이 당신의 아들 예수님과 너무나도 닮아 계심을 선
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을 품으시겠다던 확고한 결단 앞에
선 세상의 이목도, 가족의 의심도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오늘은
그 숱한 고난의 길을 마치고 어머니의 삶도 아드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고
계십니다. [텅텅 텅텅!] 둔탁하게 내리치는 망치 소리에 어머니의 가슴에도 비수
가 꽂힙니다. 일생을 가슴에 품었을 그 아들을 잃은 오늘 어머니께서는 세상의
모든 아들을 당신의 아들로 삼으셨고, 세상의 모든 딸들도 당신의 딸들이 되셨습
니다. 이젠 그 어느 누구도 주님의 뜻대로 살아오신 어머니에게서 당신의 아들
도, 당신의 딸들도 앗아갈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마침내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서 오직 아버지의 뜻만을 사셨던 어머니께서는 고
통의 심연 속에서 부활의 영광과 함께 당신의 숱한 자녀들을 함께 건져 올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 어머니의 삶이 진정 [복되신 삶]이라고 말하게 됩니
다. 사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고통이었지만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은 기쁨이 되었습니다. 사는 동안에는 그 뜻을 알 수 없었지만, 참된 삶을 만
난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확연하게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세
상의 이목 앞에서 숨죽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복되신 영광 가운데 아버지를
찬미하고 계십니다.
주님께 대한 신앙 하나로 지상의 여정을 마무리하시고 아버지와 함께하는 천국
의 삶, 영광의 삶에 드셨던 어머니처럼, 천국을 향한 순례자인 우리들도 신앙 안
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오늘 [통고의 복되
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시작하는 우리들의 결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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