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을 체험한 성서의 여인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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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9-16 | 조회수2,467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하느님을 체험한 성서의 여인들> 1디모 6,2ㄷ-12; 루가 8,1-3
어제는 환자 봉성체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밖에
하지 않는 봉성체 날이었기에 그 날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모습은
항상 긴장된 모습이었습니다. 대부분 육십을 넘긴 연세들이셔서
노환과 지병으로 성당에 나오시는 것이 어려우신 분들이셨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한 달에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사제를
마치 돌아가신 부모님이 오신 듯이 반겨주시고 따뜻이 맞아주셨
습니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서 봉성체만을 해드리
고 곧 일어나고자 했을 때는 [벌써 가셔야만 하는 것이냐]며 못내
아쉬움을 표현하십니다.
매번 있는 봉성체 때마다 그 자리에 먼저 오셔서 준비해 주시는
자매님들이 계십니다. 구역마다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늘 오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첫 번째 댁에
거의 도착했을 때 바쁜 걸음으로 제가 들어가야 할 집을 향해서
올라가시는 자매님 한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묵묵히, 아무런
불평 없이,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시는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오늘도 우리 공동체가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성체 가정, 어디를 가더라도 그분처럼 성실한
믿음의 삶을 사시는 많은 분들을 만나는 것은 예수님을 만나는
것처럼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다음 산책을 다녀오다가 주회를 마치고 성당
에서 나오시는 형제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슨 좋은 일
이라도 있는 듯이 함박 웃음을 웃으며 동료 단원들과 안녕을
고하고 계시다가, 나이 어린 신부를 만나자 허리를 90도로
숙이시며 인사를 하십니다. 개인 택시 운전을 하시다가 정복
차림으로 오신 형제님을 바라보면서 [다른 분들도 모두 자신의
생활을 접어두고 이 자리에 오셨겠지? 아니, 이것이 이 분들의
삶의 모습이시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것을 갖고 계시지는 않지만 공동체의 최일선에서 마음
으로, 몸으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통해서 믿음의
삶을 꾸려나가시는 장한 살림꾼들을 만났다는 기쁨이 오래토록
남아 있는 하루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자신의 재산을 바쳐가며 예수님의 일행을
돕고 있던 여자들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곱 마귀가
나간 막달라 여자 마리아, 헤로데의 신하 쿠자의 아내인 요안나,
수산나라는 여자를 비롯해서 대부분 악령이나 질병으로 시달리
다가 나은 여자들이었습니다. 이 여인들은 모두 주님으로부터
영혼의 병과 마음의 병, 그리고 기억의 상처들을 치유 받음으
로써 육체의 병까지 낫게 된 것을 감사하면서 예수님과 그
제자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음식수발과 세탁일 등을 거들어
드리는 데 일생을 봉헌한 사람들이 되었을 것입니다.
성서를 보면 권위를 뽐내면서 거드름을 피우던 위선자들이
이 부정한 여인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간청하는 이 여인들을 치유시켜
주셨고, 자신을 사랑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에서 우러나오는
눈물 어리고 참다운 봉사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고 계십니다.
우리들이 겪게 되는 유혹과 이 유혹을 견디지 못해서 저지
르는 죄악은 우리들로 하여금 주님의 성령에서 멀어지게 만
들었습니다. 그 성령은 누구십니까? 지혜와 슬기를 주는 영,
경륜과 용기를 주는 영, 자유와 평화를 주는 영이 아니겠습
니까? 결국 우리들이 죄를 저지른다고 하는 것은 지혜와
슬기와 경륜과 용기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의 생활을 거스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성령에 순명하며 살아가는 삶이 주님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평화를 주는 것과는 달리, 유혹에 순종하며 살아
가는 사람들에게는 여인들이 겪어야 했던 죄악의 상처들을 답
습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할 것입니다.
비록 말과 행실로써 최악의 조건을 살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향해서 구원의 손길을 갈망했던 성서의 여인들이 결국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었듯이, 오늘 우리 신앙인들도 물밀
듯이 다가오는 유혹의 덫에서 벗어나고, 우리들을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유혹의 병을 이겨내고, 많이 용서받음으로써
주님을 더 이 사랑하게 되었던 성서의 여인들처럼, 주님을
향해서 최선의 봉사를 기쁜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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