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 27 주간 화요일(10월 5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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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창열 | 작성일1999-10-05 | 조회수2,888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 27 주간 화요일 (루가 10,38-42) 마리아와 마르타
본당 신부들은 가정을 위한 축복 기도나 가족들의 신앙 생활 실태를 파악하고 기타 사목적인 목적에서 신자 가정을 방문하곤 합니다. 그런데 흔히 신자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자매들은 본당 신부를 잘 대접하려고 하는 마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나오거나 얘기 중에도 자주 주방을 들랑거립니다. 그럴 때면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마르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도 방문하신 예수님을 잘 대접하려고 하는 좋은 마음에서 분주하게 부엌일을 하고 있었지요. 그러면서도 동생 마리아가 자기 일을 거들어 주지 않고 예수님 발치에서 얘기만 듣고 있는 꼴이 볼썽사나웠습니다.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일을 하다가 한마디 내뱉는데요. "너는 왜 언니 일을 돕지 않느냐?"는 말을 마리아에게 직접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예수님께 하소연하지요. 그러자 예수님께서 "마르타, 너는 많은 일에다 마음을 쓰며 걱정하지만,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택했다.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왜 마르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예수님께서 마르타의 좋은 마음을 모르실 리가 없지요. 예수님은 마르타처럼 활동하고 봉사하는 것을 못마땅해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예수님도 하루하루를 참으로 분주하게 활동하셨지요. 예수님은 마리아처럼 발치에만 앉아 있기만을 바라지도 않으십니다. 예수님도 자주 그리고 꾸준히 기도하셨지만 바쁜 일정 가운데 활동하셨지요. 예수님께는 정성을 다해 열심히 활동하고 봉사하는 마르타나 하느님의 말씀을 조용히 경청하고 기도하는 마리아도 소중한 사람이지요. 다만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당신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을 더 강조하고 계실 뿐이지요. 주님을 잘 대접해 모시려고 하는 좋은 마음으로 활동하고 봉사하면서도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두고 있다면, 그것은 덜 충실함이 될 것입니다.
기도하면서 분심으로 마음을 주님께로 집중하지 못하고 산란하면 좋은 시간을 가졌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주님을 위한 봉사를 하면서도 기도하는 마음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역시 그것은 하나의 일거리밖에 되지 못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기도하는 생활도 중요하고, 주님을 위한 봉사도 소중합니다. 교회는 봉쇄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관상 수도자도 필요로 하고, 본당이나 여러 기관에서 활동하는 수도자도 필요로 합니다. 다만 어느 하나에 치우침이 없이 각기 신분에 맞게 기도와 활동의 조화를 이루는 생활이어야 하겠지요. 신앙과 삶은 비례해서 같이 성장하는 법입니다. 기도 잘하는 사람은 좋은 삶을 드러내며, 생활이 좋은 사람은 잘 기도하는 사람인 것이 보통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생활이 부족하다면 그것을 더 보충하고, 활동과 봉사에만 치중하고 있다면 기도하는 시간도 조금씩 늘려 나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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