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원받을 사람] | |||
---|---|---|---|---|
이전글 | 10월 26일 복음묵상 | |||
다음글 | 10월 27일 복음묵상 | |||
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10-26 | 조회수3,277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구원받을 사람은 얼마 안되겠지요> 로마 8,26-30; 루가 13,22-30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서 가시는 길에 여러 동네와 마을을 들러서 가르치셨다고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서 가신다는 뜻 은 이제 당신 구원 사업의 절정인 십자가 사건을 이루시기 위해서 의연한 발걸음 을 내딛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다급한 마음에 한 곳이라도 더 들러서 한 사 람이라도 더 회개시키기 위해서 당신의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부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구원받을 사람은 얼마 안되겠지요?] 듣기에 따라서는 구원의 복음을 열 심히 선포하는 사람 앞에서 김빠지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복 음을 듣기는 했지만 자신을 비롯해서 무수한 죄악 속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의 딱 한 처지를 대변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얼마나 많은 유혹과 죄의 수렁 속을 헤맸기에 그같이 조심스러운 질문을 다 했을까를 헤아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 리들도 매일 같이 무수한 잘못을 반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사람의 말뜻을 알아들으셨다는 듯 예수님께서도 나약하고 죄스런 인간의 처 지를 전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있는 힘을 다하여라](루가 13,24) 라고 다 독여 주십니다. 구원의 복음이 선포되었지만 그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 들, 말씀을 듣기는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곧 그만두는 사람들, 말씀에 따라 잘 살아가다가도 불현듯 찾아드는 유혹 앞에서 맥을 못 추는 사람들에게 [있는 힘을 다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들 구원의 절박함을 더해 줍니다. 때때로 좋지 못한 습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나, 이웃을 용서하지 못하고 괴 로워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죄를 피하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과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게 되지만, 정작 제 자신의 노력이 재차 삼 차 되풀이되어야 할 때마다 실천하는 삶이 결코 쉽지 않음을 절감케 됩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이런 점에서 우리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를 줍니다. 그는 자기 삶의 방식과 순서를 계획해 놓고 일생동안 지켰던 시계와 같은 사람으로 정 평이 나 있습니다. 대학 교수였던 그는 날마다 아침 5시에 일어났고, 낮에는 대 학 강의를 하고 논문을 썼으며, 정해진 시간에 돌아와 식사를 한 뒤 10시면 어김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칸트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지나가는 칸트를 보면서 시간까지 알 수 있었다고 할만큼 철저한 사람이었습니 다.
한편 칸트는 대단한 애주가였지만 술도 일정 양을 정해놓고 마실 만큼 철저했 습니다. 칸트가 병석에 누웠을 때 의사는 그가 곧 숨을 거두게 될 것이라며 가족 들에게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라고 말했답니다. 가족들은 회의를 한 후에 [평소에 그가 좋아하는 술을 병이 들었다고 해서 못 마시게 했었는데, 이젠 포도주 한 잔 을 마시도록 허락하자]고 결정을 하고, 그의 머리맡으로 포도주 한 잔을 가져왔 습니다. 하지만 칸트는 그 잔을 물리며 [죽음이 임박했다고 해서 내가 평생 지켜 온 원칙을 어길 수는 없지 않은가?]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은 술을 마실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죠. 비록 자신의 신앙을 철저하게 살았던 얘기는 아니지만 칸트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들 신앙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 니다.
구원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당부가 우리들의 귓전을 울리지만 오늘도 이 말씀을 듣고도 우리들 마음이 변화 도지 않는다면 [나는 너희가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모른다. 악을 일삼는 자들아, 모두 물러가라](27절)는 예수님의 경고 말씀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가 세례도 받았고, 남에게 교리에 대해서 전하기도 하고, 미사에 참여하며 늘 영 성체를 하고 있지만 주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서, 특별히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 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야 한다]는 그 가르침을 살기 위해서 노력할 때, 우리 들도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구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도 우리들에게 당신의 말씀을 들려주시고 우리들을 다독이시는 하느님 아버지를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고, 마음 을 다해서 그 복음을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