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다림, 믿음](32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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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11-07 | 조회수2,652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기다림, 믿음> 지혜 1,1-7; 루가 17,1-6
어떤 사람이 고등학교 1학년을 마쳐갈 무렵, 아직 방학도 되기 전에 가출을 하 게 되었습니다. 학교 가기가 싫었던 친구 다섯 명과 함께 무작정 집을 나와서 찾 아간 곳이 대구 변두리에 있는 어떤 하숙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재 도구도 사 고 방도 하나 구해서 재미있게 지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도 떨어졌고 의견 충돌도 잦아져서 다시 합의해서 부산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둘은 구 두 공장에 취직을 했고, 나머지 셋은 옷 공장에 취직을 해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인 어느 날 저녁, 다섯 명의 아버지께서 그들을 찾아 오셨습니 다. 뜻밖의 방문에 당황해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몹시 화가 나신 세 명의 아버 지는 아들을 밖으로 들어내서 심하게 구타를 하셨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도 자신 의 차례를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앉아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식당으로 가시더니 밥을 시켜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밥에 잘 넘어갔을 리가 없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아버지의 눈치만 살폈답니다. 머릿속은 온통 다음에 벌어질 상 황에 대한 걱정으로 복잡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윽고 아버지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니 다행이다. 엄마도 좋아할 거다. 지금 집에 가자고 하면 따라나서지 않겠지? 그러니 여기서 마음 정리가 다 되면 그때 들어와라." 그리고는 주인공의 손에 오 천 원을 꼭 쥐어주 셨던 겁니다. 순간 주인공은 가슴이 싸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식당을 나오면서 "아까 보니까 방이 꽤 추운 것 같더구나" 하시면서 갑자기 이불 가게에 들어가 이불 한 채를 사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고속버스 시간에 맞춰 서둘러 집으로 가셨답니다.
이 학생이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들을 보자마자 무작정 구타부터 시작 한 아버지들과는 달리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을 이해해 주려 하시고, 기다려 주시 고, 마음속에 들어 있는 따뜻한 애정을 순수하게 표현해 주시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뼈 속 깊이 체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주인공은 자신이 했던 경 솔한 행위가 부모님의 맘속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드렸는지에 대해서 깊이 반성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 학교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들에게 한없는 자비와 용서를 베풀어주십니다. 우리 들이 당신에 돌아오기만 한다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용서하고 받아들여 주십니 다. 오늘 복음은 이러한 인자하신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서 간결하게 표현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을 삶은 아버지께 대한 믿음과 받은 사랑에 대한 실천 속 에서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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