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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라떼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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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창열 쪽지 캡슐 작성일1999-11-08 조회수2,109 추천수5 반대(0) 신고

라떼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요한 2,13-22)

 

 그리스도교의 중심지인 로마에는 수도회 성당을 제외하고도 본당이 335개, 기념 대성당이 40개, 그래서 모두 375개의 크고 작은 성당들이 있습니다. 한 도시에 성당의 숫자가 제일 많기로는 아마 전세계에서 로마가 최고일 것입니다. 그 중 4대 대성당이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 성 바오로 대성당, 라떼라노의 성 요한 대성당, 그리고 설지전(雪地殿) 대성당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성모 마리아 대성당입니다.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은 네로의 첫 박해를 시작으로 약 250여 년 동안 계속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종교 집회나 모임을 할 수가 없었지요. 어느 가정집이나 외교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 지하 무덤(카타콤바)에서 숨어서 행했습니다. 박해가 심해지면서, 순교자들의 피가 로마의 광장을 적실 때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더욱더 굳게 하였습니다. 하느님은 이렇듯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순교로써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었던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에서 종교 자유에 대한 칙령을 반포함에 따라 그리스도인들은 자유롭게 하느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현재 라떼라노의 성 요한 대성당이 있던 곳은 대제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파우스타와 대제의 어머니인 성녀 헬레나가 살고 있던 궁전이 있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그 궁전 중의 일부를 교황 멜키아데스(311-314)에게 제공함으로써, 이 곳이 교황의 첫 거주지가 된 것입니다. 교황 멜키아데스는 즉시 이 궁전의 일부를 성당으로 개조하였는데, 그 때가 313년이었습니다. 이 성당은 세상에서 첫 번째 공식적인 교회가 되었고,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보다 12년 먼저 세워진, 가장 오래된 성당이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라떼라노의 성 요한 대성당은 교황 멜키아데스 이후, 교황이 거주하는 성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확장 공사가 계속되었고, 4세기 중엽까지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라떼라노 대성당과 관련된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세례를 받기 위해 세례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대제가 세례를 받기 전에 그만 문둥병에 걸리고 맙니다. 그러자 병이 전념될 것을 두려워한 교황은 로마에서 북쪽으로 약 4Km 떨어진 소라테 산으로 몸을 피해 숨어버렸다고 합니다. 대제가 아무리 수소문을 해 보아도 교황을 찾을 길이 없던 어느 날 밤, 꿈에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가 나타나 교황이 숨어 있는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고 합니다. 대제는 즉시 소라테 산으로 가서 교황에게 사정을 하여 겨우 모시고 와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세례를 받자마자 대제의 문둥병이 치유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 세례당을 ’치유의 세례당’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대성당을 교황 성 실베스텔이 축성하면서 구원자이신 하느님께 봉헌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공식적인 명칭은 ’구원자 하느님의 대성당’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후, 교황 대 그레고리오(590-604) 때에 와서 세례자 요한과 사도 요한에게 다시 봉헌되었으며, 이때부터 ’라떼라노의 성 요한 대성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라떼라노의 성 요한 대성당은 현재까지도 로마의 주교좌 성당이며, 로마 교구의 교구청도 이 안에 있습니다. 이곳의 최고 책임자를 ’로마의 주교’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직책을 받으신 분이 전세계 모든 주교들의 대표자로서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首長)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축일의 의미는, 라떼라노 대성전이 종교 자유와 더불어 최초로 건립된 성당이면서 동시에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의 첫 거주지라고 하는 데 있습니다. 말하자면, 오늘은 세상에서 처음으로 봉헌된 성당의 축일이며, 동시에 전세계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교황좌에 대한 존경과 사랑과 일치를 이루고 있는 표시로서 이 날을 경축하고 기리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가 오늘 전례의 독서와 복음 말씀에서 선포되고 있습니다.

 

 제 1 독서로 봉독한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은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생명의 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물은 메마른 벌판을 촉촉하게 적셔 줍니다. 또 죽은 바다 사해(死海)로 흘러들어 짠물을 단물로 바꾸어 줍니다. 그리고 온갖 생물들이 번창하며 살 수 있게 하고 온갖 과일나무의 열매를 풍성히 맺게 해 줍니다. 이 물은 값비싼 생수나 약수터에서 길러온 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신선하고도 거룩한 성수(聖水)입니다. 모든 갈증을 풀어주는 생명수입니다. 야곱의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께 청한 물이며, 예수님께서 그 여인에게 주신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수(生水)입니다.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거룩하게 씻은 세례의 물이며, 십자가상 예수님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물입니다. 이 물이 우리의 죄악을 씻어 주고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성전은 거룩한 집, 하느님의 집입니다.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거룩하고 생명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성전에는 거룩하신 하느님,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거처하시기 때문입니다. 거룩한 곳에서 거룩함이 흘러나옵니다. 속된 곳에서는 속된 것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거룩한 물을 흘러 보내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의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생명의 원천이 되었듯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보내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래서 성전의 물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성전 정화]를 통해서 하느님의 성소가 갖는 참된 의미를 되찾아 주려고 하셨습니다. 성전은 성스럽고 거룩한 곳이기에 더럽혀서는 안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집을 아끼는 열정으로" 성전을 훼손한 장사꾼들과 환금상들을 내쫓으셨습니다. 장사 터로 변하고 도둑들의 소굴이 되어 버린 성전을 허물고 새롭고 참된 성전을 세우고자 하셨습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이렇게 말씀하신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과 부활로써 다시는 허물어지지 않을 새롭고도 참된 성전을 세우셨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세우신 성전에서 우리는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드리고 하느님께 흠숭의 제사를 드립니다. 그럼으로써,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마른땅을 적시고 온갖 생명체를 살리고 과일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주었듯이, 생명수(生命水)이신 예수님을 통해 죄 사함과 정화와 축복과 은총을 받습니다.

 

 히브리 격언에 보면, "향수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면 구태여 향수를 사지 않아도 향기가 몸에 밴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례의 물로 씻겨져서 새 생명을 얻은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몸은 하느님의 성령께서 거처하시는 궁전"인 것입니다. 그러니 성스럽고 거룩하게 보존해야 합니다.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거룩하고 성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또한 결심해야 할 내용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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