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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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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1999-12-05 조회수2,782 추천수7 반대(0) 신고

오늘 "Deep Impact"란 영화를 봤다. 영화관에서도 봤지만 오늘 TV에서 하길래

다시 봤다.  그때 영화관에서 보고 너무나 울어서 오늘 안볼려고 했지만 어쩌다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고자 했을때는 워낙이 SF를 좋아해서 그런 종류이겠거니 해서 봤는데

세상에 이런 멜로물도 없을거다 싶을정도로 펑펑 울다가 나왔다.

혜성이 지구를 부딪히면서 신 노아의 방주처럼 백만명만 미국 정부에서

만든 땅굴 속으로 들어가서 재앙을 피할수 있게 된다는 설정이 참으로 기가 찼다.

과연 누가 살 권리가 있고 누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설정은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일부와 꼭 필요 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그 외에는 무작위 투표로 정해지며 단 50세 이상인 사람들은 제외된다.

사랑하는 가족, 사람들끼리도 찢어져야 하는 자체가 바로 멜로물이 되는거다.

어린 딸아이를 둔 나로서는 애기만 나와도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성서에서 말하는 심판의 날도 그러하리라.

영화가 끝나고 오늘의 말씀을 보니 베드로2서의 말씀이 공교롭게도 오늘 본

영화와 비슷해서 더 섬찟하다.

"그 날에 하늘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사라지고 천체는 타서 녹아 버리고

땅과 그 위에 있는 모든 것은 없어지고 말 것입니다."

안그래도 세기말이라고 요새 영화들 다 섬찟한데 성서의 말씀도 그러하다.

내눈앞에서 고층빌딩보다 더 큰 해일이 몰려온다면, 그것을 아무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맞아야한다면 얼마나 절망적인 일일까.

나는 그렇다 쳐도 아무 죄없는 어린 내 딸은...

나는 과연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을 맞이할 수 있을까.

죽음이 과연 두렵지 않을것인가.

죽는 순간이 오히려 잠깐일테지만 그 직전까지의 초조함과 긴박함, 절망감,

그런것들이 더 무섭다.  본능적으로 그럴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이란 정말 독특한 존재다.

자기 자식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핵탄두를 싣고 돌아오지 못할 길인줄

알면서 혜성을 향한 사람들이 있고, 자식을 둔 어미를 위해 자신의 살길을

양보하는 사람이 있고 죽는 순간까지도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살길을

마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이란 그러하다.

사랑을 아는 이는 하느님을 아는 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죽을 수도 있는 사랑,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랑이 아닌가.

 

또 이 영화의 인상적인 부분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자세이다.

포기하면서 오히려 여유를 찾은 60세 여인, 그녀는 자살을 택한다.

아이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어린 아기를 그 누나에게 맡기고 둘이서 죽음을

맞이하는 부부의 눈에는 사랑이 그득하다. 둘이 같이 있기에.

해일앞에서도 어린 시절에 행복한 한때를 회상하며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두 부녀. 다 커서 성장한 딸은 아빠를 부르며 안기고 늙은 아버지는 딸의

머리를 쓰담는다.  죽는 순간까지 아버지는 딸을 위로하고 안심시키는 일이

더 중요한것이다.

그래, 사랑은 죽음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다 파괴될 것이니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십시오."

니이체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경건하게 산 사람과 없다고 확신하고 아무렇게 산 사람 중 누가 더

의미있게 살았다고 할것인가 하고.

하물며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빛의 자녀로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사랑안에 사는 사람은 죽음도 두렵지 않다.

 

"주께서 내 오른편에 계시오니

나는 항상 주님을 가까이 뵈오며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내 마음은 기쁨에 넘치고

내 혀는 즐거워 노래하며

이 육신마저 희망 속에 살 것입니다.

당신은 내 영혼을 죽음의 세계에 버려 두지 않으시고

당신의 거룩한 종을 썩지 않게 지켜 주실 것입니다.

당신은 나에게 생명의 길을 보여 주셨으니

나는 당신을 모시고 언제나 기쁨에 넘칠 것입니다"

<사도행전 2:25-28>

 

다윗이 그렇게 고백했듯 나도 그러고 싶다.

세기를 마무리하는 때이다.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가 다시 한번 뒤돌아 볼 때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그날을 위해, 아니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후회 없이 사랑할것인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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