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의 어둠....
시장터 근처에 산적이 있다. 바쁜 부모님들 틈바구니에서 학교 갔다오면
책가방을 팽개쳐두고 아이들끼리 모여서 하루 해가 넘어 가도록 놀았다.
무슨 놀이를 해도 재미있고, 장난감이 없어도 모든 것이 다 장난감이 되던 시절....
우리들 끼리만의 노래가 있었다. 어린이들의 노래...누가 만들었는지...
입에서 입으로, 누나 형들이 부르니까 따라서...그러면서 배운 노래들, 놀이....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한다. 어른들의 모순에 찬 모습을 아이들은 서스름 없이 노래나 놀이로써 표현한다.
아무런 가식없이....있는 그대로 비쳐진 그대로를 따라한다.
예수님 시대의 아이들은 무슨 놀이를 하고 놀았을까? 놀랍게도 예수님은 아이들의 놀이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다.
근데 참 이상한 놀이를 한다. 집단 왕따 놀이를 한다.
집단적으로 서로의 이야기,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서 모른채 하고 따로 노는 놀이를 한다.
애들은 정말 못 노는 게 없다...애들은 뭐 신기한 일이 있으면, 친구이든 아니든, 가다가도
길을 멈추어 서서 보고, 정말 신기하면 물어보고, 그러는데...서로...서로의 말을 못 들은척 하는 놀이에 열중인 것이다.
예수님은 놀이를 통해 아니 아이들의 해맑은 시선 속에 비쳐진 어른들의 모순을 그대로 보신다.
놀라운 관찰력..삶을 꿰뚫는 시선으로 우리의 숨겨진 모습을 비추신다.
오늘 비유에 나오는 장터의 아이들은...어쩌면 우리 삶의 부정적인 면, 도무지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굳은 마음, 돌 심장을 가르키는 것은 아닐까?
세례자 요한의 선포도, 그리스도의 초대에도 응하지 않는 굳어버린 내 영혼, 양심, 나의 내면...
경건하게 살아가면서도 이웃의 불행에 무감각, 아니 사촌이 잘 된 것에 대해 배아파함,
진리를 전하는 친구들에게 냉혹한 나의 모습
오늘도 장터는 시끌 벅적하고, 소란스럽다. 어쩜 우리는 인생이라는 장터의 무대 위에서 서로의 놀이에 빠져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삶이 하나의 훌륭한 놀이라면 참 재미있겠다.
어쩜 하느님도 놀이의 명수가 아닐까?
그러나 장터에 참된 활기를 불어넣는 놀이는 무얼까? 관심과 사랑, 신뢰와 격려의 놀이가 아닐까?
하느님을 닮은 소박한 이웃의 사랑과 신뢰에 찬 격려와 눈 빛이 아닐까?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이해해 주고, 나를 받아들여주는 어린시절 친구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
때때로 잊고 살아간다. 나의 이웃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부르고 계신다는 사실을, 그리스도의 초대를...
장터의 어둠을 벗기고, 살과 피가 도는 심장으로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살아가야하겠다.
형제의 눈 빛에서, 미소 속에서, 그의 고뇌에서, 참으로 하느님이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는 지혜를 청해야 겠다.
작은 이를 통해 일을 하시는 하느님의 지혜과 그 결과를 볼 눈....보고 느끼고 믿고 살아가는 살 심장을...
세리와 죄인들의 눈 빛을 읽고, 그들 장터(삶의 현장)의 어둠을 벗기신 예수님!
제 삶(장터)의 어둠을 벗겨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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