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제멋대로 다루었다](대림2/토)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대림3/수] 기쁜 소식? 눈 내린밤..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12-10 조회수2,261 추천수7 반대(0) 신고

대림 제2주일 토요일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엘리야 예언자에 대해서 가졌던 기대와 희망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4천년을 고대해온 그리스도의 탄생에 앞서서 먼저 엘리야 예언자가 오셔야했기 때문입

니다. 약속하신 것을 꼭 이루어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는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대를 부추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들은 기다리던 엘리야도, 그리고 예언자 뒤에 오실 메시아 그리스도도 알아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셔서 당신의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심으로써 제자들의 마음에 주님을 믿을 수 있는 마음을 키워주었지만 그들조차도 그분이 바로 메시아인줄을 알아볼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더욱이 이미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야했던 세례자 요한의 실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시지만, 한편으론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들이 얼마나 겉똑똑이들인가를 반성하게 됩니다. 요즘은 대중매체가 발달했기 때문에 조금만 전파를

타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쉽게 알아보게 됩니다. 소위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스타들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곤란한 일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스타는 아니지만 세간에 알려진 시인 노동자 박노해 님의 대림 특별 강연이 있던 날 저녁, 명동성당에서는 시인의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이 유명 인사를 만나 사인을 받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그 중에는 과거에는 코찔찌리라는 수식어가 따를만한 초등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시인은 의아한 생각을 갖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너네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니?] 아이들은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알아요~]라고 대답했습

니다. [일전에 토크쇼를 보니까 나오시던데, 말씀도 꽤 재밌게 하시더군요~] [너네들이

내 책을 읽으면 알아들을 수 있니?] [읽을만 하던데요?]

 

인터넷과 대중매체의 영향을 순식간에 흡수하고 있는 소위 N세대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일문일답이었습니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시인은 과연 그들이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이

라고 느꼈을까요?

 

우리들 모두는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우리들은 그분을 통해서 구원받을 수 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들려주신 말씀을 통해서, 그분이 보여주신 행동을 통해서,

그리고 그분을 믿고 따르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도 그분을 [믿을

수밖에 없을뿐더러, 굳게 믿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마치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체험했던 제자들처럼 우리들도 주님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엘리야의 권위와 능력을 갖고 세상에 왔던 세례자 요한을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던 이스라엘 사람들이나, 메시아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나름대로의 소신이 전부인양 착각 속에 머물러 있었던 제자들처럼, 아직도

예수님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아직도 아버지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비록 우리들이 여러 모로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예수님과 함께 지내면서도 그분의 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제자들이었지만,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기 때문에, 그분이 함께 머물러 계셨기 때문에 [비로소 그 말씀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마태 17,13 참조)도 얻을 수 있었던 제자들처럼, 마치 아버지의 뜻을 다

헤아릴 순 없었어도 가슴에 품으며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셨던 성모님처럼, 주님을 따르고자 노력하는 우리들에게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 당신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선물을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들로 하여금 당신을 보다 잘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알려주시고, 보여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면서, 오늘도 우리들을 만나기 위해서 몸소 오시고,

기꺼이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만나 뵙기 위해서 좀더 노력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