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처음의 그 마음 그대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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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연 | 작성일1999-12-21 | 조회수2,483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전이 얼마나 설레이고 가슴 뛰는 것인지 잘 알 것이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해석한 적이 있다. 우리가 두렵거나 떨리는 상황에서 느끼는 현상들, 가슴 뛰고 식은땀 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근데 그때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사랑할 때도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마찬가지로 가슴 뛰고 당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호르몬을 증진시키는 요소가 쵸콜렛에도 들어있다지. 그러니까 발렌타인 데이에 애인에게 쵸콜렛을 선물하는 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 사랑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길어야 3년이란다. 3년이 지나면 아무리 많은 쵸콜렛도 소용없는 것이다. 그래서 3년 지나면 신혼도 끝이라는 것도 역시 과학적으로 말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그 이후에 분비되는 호르몬은 믿음과 안정을 준단다. 이것은 끝이 없다고 한다. 믿음과 안정은 첫사랑의 설레임 못지 않게 사랑에서는 중요한 요소이다.
예수님은 흔히 혼인 잔치에 신랑과 비유가 된다. 아가서에서처럼 과연 나는 주님을 대할 때 그렇게 가슴 설레였던가 싶다. 처음 내가 성서공부 연수 피정에서 느꼈던 하느님의 사랑, 그것은 첫사랑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그런 가슴 벅찬 사랑을 했던가 싶다.
요한 묵시록에 에페소 교회에 주님이 지적하신 말씀이 그것이다. "너는 잘 참고 내 이름을 위해서 견디어 냈으며 낙심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그것은 제가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버린 것이다." 사랑의 믿음과 안정은 첫사랑의 설레임을 바탕을 두어야 한다. 사람은 때로 처음에 자신이 목적한 바를 위해 뛰어다니면서 나중에는 목적은 사라지고 결과에만 치중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수화로 "불쌍하다"는 ’눈물사랑’으로 표현된다고 한다. 우리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자선을 베풀고 기도와 묵상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해도 그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의미 없이 제사를 지낸 카인의 제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는 불쌍한 사람을 말할 때 정말 마음이 아픈가 아니면 그저 우리보다 못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한번 반성해볼 일이다.
어느 선생님이 제자에게 연하장을 보내면서 이렇게 썼다고 한다. "初心 恒心" 처음에 그 마음으로 영원히 간직하길 바란다는 뜻이다.
연말이 되면서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때로는 빛이 바래버린 나의 순수함을 안타까워 하면서… 그 중에 주님과 나의 첫 대면도 떠올려본다. 그 마음 영원히 간직하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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