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보잘것없는 사람-예수님(사순 1주 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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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3-13 | 조회수2,453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2000, 3, 13 사순 제1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25,31-46 (최후의 심판)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묵상>
신학교 다닐 때, 영성지도 신부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사제가 되어 본당에 나가면 본당의 모든 신자들과 함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은 한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 대분분은 본당에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사람들, 나름대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일 것이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본당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기 힘들 것이다."
작년 서품을 받고 나서 새사제학교에 있으면서 사목 상담을 하기 위해서 은평구에 있는 도티 병원을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약 3개월 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도티 병원은 무료 병원이기에 이 병원을 찾는 이들은 모두가 가난한 이들입니다. 제가 만났던 사람들 대부분은 교우들이었는데, 이들의 사정은 하나같이 딱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마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그러한 사정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사제인 저를 만나면서 기쁨과 희망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제가 아니라 다른 신부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사실 말이 상담이지 저는 그저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약 1시간 가량의 상담이 끝나면 이들은 저에게 바쁜 시간을 내어 주어서 매우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게 가슴깊이 다가오는 것은 이들의 이러한 인사가 아니라 이 다음에 이어지는 말입니다. 힘드실 때, 갈등이 생길 때 본당 신부님이나 수녀님을 찾아가 말씀을 나누라고 했을때,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본당 신부님과 수녀님께 자신의 삶이나 신앙에 대하여 나누고 싶어도,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어찌나 바쁜지 자신들과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들은 만날 엄두도 못 냅니다." 말이 이렇지, 사실 이들이 마음 안에는 자신들과 같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은 잘 만나주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이 배어있다는 것이 더 솔직한 것이겠지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사제로서의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영성지도 신부님의 말씀과 도티병원에서 만났던 가난한 이웃들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입만 열면 가난한 이들, 고통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말하면서도 정작 그렇지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저 자신을 보기에 그렇습니다. 본당에 부임하면 높은 본당의 문턱을 오르기가 힘겨운 이들을 찾아나서겠다고,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지금 주어진 역할에만 헉헉대면 자위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말씀을 통해 다시금 저를 일깨워주십니다. 새롭게 다짐해 봅니다. "시선을 돌리자. 그리고 구체적으로 함께 할 방법을 찾자. 그래, 다시 해보자." 그러나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어 저의 다짐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끄시길 겸손하게 청해 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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