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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기(사순 1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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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3-17 조회수2,856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00, 3, 18 사순 제1주간 토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5,43-48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여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어라.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묵상>

 

미사를 마치고 성당 마당에서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제게 있어서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인사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정겨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표정만으로도 서로를 읽을 수 있는 벗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기쁨은 더해갑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교우들과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있는지 말입니다. 사실 미사에 나오는 수백명의 교우들 중에서 간단한 대화라도 나누고 있는 교우들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과는 다분히 의례적인 인사 치레만 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많은 분들께 정말로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사제가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교우분들은 사제와 손이라도 한 번 잡고 싶은 이야기 몇 마디라도 나누고 싶어하는데, 저는 저의 즐거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변화될 수 있을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보니 답답합니다.

성당에 처음 나오는 분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성당에 나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서먹서먹하다. " 그런데 이렇게 처음 나오는 분들만이 아니라, 교적을 옮겨 새로 나오는 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성당 안에서 이렇다할 두드러진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사를 마치고 마당에 삼삼오오 모여서 한주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참으로 정겹습니다.  형제자매들이 한 가족이 되어 어울리는 모습이 교회의 아름다움으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삼삼오오 모여있는 틈 사이를 고개를 숙이고 바쁜 걸음으로 헤치고 지나가는 낯선 형제 자매들을 보면 이내 안쓰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바쁜 일이 있어서 가는 경우야 어쩔 수 없겠지만, 자신이 낄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이들의 뒷모습에 어린 외로움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어울리지 못하는 그 사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가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듯이, 여럿이 모인 곳에 낯선 사람이 선뜻 먼저 다가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모여 있는 여러 사람이 낯선 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야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쉬운 것은 아닙니다. 친한 이들과 어울려 나누는 기쁨을 조금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닫혀진 울타리 안에서 똘똘 뭉쳐 지내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하고, 이 울타리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모습에서 여러가지 사회 문제가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혈연, 지연, 학연 등등.

세상의 빛과 누룩이 되어야 할 신앙인들이, 하나의 밀알이 되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열매맺어야 할 우리 신앙인들이 이 낡은 틀을 부수어야 하겠습니다. 너무나도 부족하기에 원수를 사랑하는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낯선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평화의 인사를 나눌 수 있지는 않겠습니까?

이번 주일에도 많은 이들이 미사에 나올 것이고, 미사를 마치고 난 후에 여기저기 친한 이들과 둥그렇게 어울려 이야기 꽃을 피울 것입니다. 그리고 또 많은 이들은 어울리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성당을 떠나가겠지요. 모든 이들을 한꺼번에 다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주일에 한사람씩 만이라도 새로운 형제 자매, 낯선 형제 자매와 짧지만 따뜻한 만남을 가질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이가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씩 만나간다면, 생각지도 못한 때에 교회 공동체는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갈라진 세상을 하나로 엮어내는 복음 선포가 될 것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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