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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된 기도(사순 제3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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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4-01 조회수2,785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0, 4, 1  사순 제3주간 토요일 복음 묵상

 

루가 18, 9-14 (바리사이파 사람의 기도와 세리의 기도)

 

  그 때에 예수께서 자기네만 옳은 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에게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는데 하나는 바리사이파 사람이었고 또 하나는 세리였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보라는 듯이 서서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욕심이 많거나 부정직하거나 음탕하지 않을뿐더러 세리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일 주일에 두 번이나 단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칩니다.' 하고 기도하였다.

  한편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다.

  잘 들어라.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세리였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

 

 

<묵상>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그러므로 대화의 상대방이신 하느님께 대한 참된 믿음이 전제되어야만 올바른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우리 자신 안에도 분명히 현존하시기에 어떤 의미에서 기도는 자신과 나누는 대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신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인 기도는 마치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모습에 자족하여 자랑스럽게 자신에게 떠벌이는 것과는 전적으로 구별되어야 합니다.

 

   내 자신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인 기도, 다시 말하면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존재로서 내 자신과 나누는 대화인 기도는 하느님과 내 자신을 갈라세우지 않고 하나로 만듭니다.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 것이 바로 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에 참된 기도를 한다면, 이 기도를 통해 결코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과 내가 하나가 되는데, 굳이 나를 자랑할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조용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면 될 뿐이지요. 자신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끌어들여 자신을 드러높이는 어리석음을 범할 필요가 없음은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파 사람은 어리석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의 손을 들어 주지 않은 까닭이 이 사람이 기도하면서 잘난척을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보면 바리사이파 사람은 자신의 삶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었으니까요. 바리사이파 사람의 잘못은 세리를 끌어들인 것이었습니다. 세리를 끌어들여 자신을 높이려 했고, 이렇게 함으로써 하느님과 자신의 참된 만남을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과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 기도는 참된 기도가 아닐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자기 넋두리밖에 안되는 것이지요.

  

   이와는 달리 세리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만났습니다. 기도하면서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자신 안에 있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자랑스럽게 떠버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어디 있겠습니까? 하느님과 마주 대하면,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과 마주 하면, 자신의 작고 부족함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 부족함을 채우고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기 위해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것이 우리의 기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 '자신을 높이면 낮아지고, 낮추면 높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굳이 낮출 필요 없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이면 될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이 낮은 존재이니까 말이지요. 괜히 낮아지려고 하다가 거짓 겸손으로 교만함을 드러내지는 않을 지 걱정이 됩니다. 그러기에 제 자신을 더 낮아질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해주시는, 낮아질 수 있을 그 만큼 높은 존재로 보아주시는 예수님의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고맙게 다가옵니다.  

 

   사순 시기도 거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 자신이 좀 더 솔직하게 가능하면 모든 허위와 허식을 벗어버리고 벌거숭이가 되어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이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지요. 그리고 이 글을 읽게 될 모든 벗들도 남은 사순 시기 하느님과 솔직한 만남들 가지시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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