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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을 구원해야(사순4주일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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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인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0-04-01 조회수3,196 추천수21 반대(0) 신고

사순4주일강론

 

 세상이 구원해야 참된 구원

 

이곳 강원도 평창의 높은 산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흰눈이 쌓여있다. 아침 저녁으로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지만 봄기운의 대세는 막을 수 없나보다. 아침 나절 성당 뒷곁에 있는 들판에 나가서 봄나물을 캐면서 이제야 대화에도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남쪽 지방에는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은지가 벌써 한 달 이상이 되었는데 말이다.

 

양지바른 곳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냉이, 쑥을 캐면서 어떻게 그 추운 겨울날에도 얼어 죽지 않고 살아있다가 푸른빛을 띠면서 돋아나는지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오히려 두껍게 쌓인 눈 속에서 냉이는 오히려 조금씩 돋아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대지의 생명력이 이 산골짜기에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이 너무 춥고 길어서 나는 대화의 겨울을 깊은 겨울이라고 표현한다. 만물이 죽은 듯이 잠자는 겨울에는 우리의 몸과 마음도 가라앉기 마련이다. 하지만 봄에는 모든 것이 되살아나는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었던 대지 속의 생명력이지만 우리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온 우주에 깃들어 있는 약동적인 생명력은 우리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러나 우리들은 오히려 사람들이 우주에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며칠 동안 우리가 사는 지역에도 심한 황사가 밀려왔다. 외출을 하지 않으면 피해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먼지는 방안에만 있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었다. 나는 봄이 되면 코 알레르기가 있는데 이 때문에 심하게 재채기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의 대재앙에 대해서 근본적이 대책이 없다고 한다. 참으로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우리들에게 생명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멸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생명이 아니라 죽음을 가져다 주는 것은 단 한가지 이유에서이다. 그것은 인간만이 잘 살려고 할 때, 즉 인간과 자연이 다함께 공존공생하지 않고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자신들만 살아보려고 할 때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오늘 복음 말씀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셔서 구원해 주시려고 외아들 예수님을 보내주셨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요한 복음 3,16절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게 아니었다. 분명히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셨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니 하느님은 우리 인간만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려 하지 않으시고 우리가 깃들어 살고있는 온 우주의 구원을 바라시고 계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신자 혹은 인간 전체가 아니라 온 우주의 구원을 위해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죄인으로 판결받았다고 요한복음은 단언한다. 이에 반해서 이 세상을 구원하려 오신 예수님을 믿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

 

신앙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나 하나가 예구님을 믿는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전 우주의 구원을 위한 일이 된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이처럼 커다란 은총을 나에게 주신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신앙의 눈으로 다시 봄기운이 만연한 대지를 바라본다. 성령의 바람 같은 봄기운이 얼었던 대지를 녹이며 만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이 생명력과 함께 기지개를 펴고 들판에서 일손을 놀리는 농부들의 모습에서 자연과 인간의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하나되어서 살 때 다 함께 생명의 길로 갈 수 있는 것인데, 우리 인류역사는 멸망의 길로 걸어가기를 좋아했다. 나도 요새 컴퓨터를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이 문명의 도구를 인간만을 위해서 사용한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는 엄청난 재앙을 맞이할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살아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모두 구원받아서 약동하는 생명력을 간직할 수 있을까? 이기심을 버리는 일이다. 자신만이 잘 살겠다는 마음은 결국 자신에게 화로 돌아오고야 만다는 것은 진리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나하나 내 가족만 잘 살면 그만이지라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는 결국 인류전체의 공멸을 예언할 수 있는 징표이다. 무세(無稅) 무병(無兵)이 총선정국에 핵폭풍으로 등장했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대표적인 모습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것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런 모습은 비단 이들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신앙인들이 자신만 구원받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불쌍한 이웃들 삶에 측은지심이 없다면 그것 역시 이기적인 삶인 것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거짓이 없다. 황사현상이 심지어 봄기운이 만연한 이 강원도 산골의 아름다운 경치도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제 우리 인간만이 구원받아야 한다는 소승적인 신앙관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전체, 즉 신자건 아니건 관계없이 전인류와 대자연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대승적인 신앙관이 하느님이 현대인들에게 요구하시는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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