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스님 목사 신부의 만남과 화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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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인찬 | 작성일2000-05-04 | 조회수2,474 | 추천수18 | 반대(0) 신고 |
며칠 후 5월 11일은 사월초파일인 부처님 오신 날이다. 길가에 색색이 장식되어 있는 연등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이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올해에는 내가 사목하고 있는 대화성당에서 ’경축 부처님 오신날’이라는 현수막을 길거리에 걸기로 했다. 종교간의 대화를 위한 목적도 있지만 고통과 번민 속에서 살던 인류에게 깨우침을 통해서 광명의 빛을 비춰준 위대한 스승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심에서 한 일이다. 요즈음 내가 살고 있는 시골지역에는 불교 개신교 그리고 천주교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5월 7일 주일미사 중에는 가까운 대덕사 주지 스님을 모시고 ’부처님 오신 날에 대한 가르침’에 대해서 특강이 있을 예정이다. 작년에는 개신교 목사님을 모시고 대림특강을 듣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종교간의 장벽을 뛰어넘고자 한 것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부임했을 때 신자들로부터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스님과 목사님이 서로 싸우다가 파출소에 고발까지 했다는 이야기였다. 사월초파일에 여스님이 교회 정문 앞 건너편 길가에 연등을 달고 있는데 목사님이 다 떼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여스님과 목사님은 서로 욕설을 하면서 싸우게 되었고, 급기야는 고발하는 지경에까지 갔던 것이다. 좁은 지역에서 두 종교간의 싸움은 천주교를 포함해서 전체 종교인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또 천주교 신자들은 사월초파일이면 개울가에서 개를 잡아먹으며 놀기 때문에 살생을 금하는 계율을 지키는 스님이 은근히 싫어하신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타종교의 대축일에 고의적은 아니지만 가장 싫어하는 일을 거리낌없이 하는 천주교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좋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교인들이 이런 분열과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우리 종교의 대표자들이 먼저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먼저 가장 쉬운 일부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각 종교의 대표자들의 모임은 신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최소한 종교간에 비난은 없어지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천주교에서는 사월초파일에 개를 잡아먹고 노는 일을 자제할 것을 약속했고, 목사님과 스님을 성당으로 초청해서 강의도 들었다. 나는 사월초파일에는 절에 가서 봉축금을 내고 연등도 달았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스님은 성탄절에 축하화환을 보내 주시기도 했다. 이렇게 지내기 4년이 지난 지금 내가 사는 작은 시골지역에서는 종교간에 알력과 갈등은 사라져버렸다. 종교인들은 보다 높은 이상과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종교만이 최고라는 의식에 갇혀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월초파일을 맞이하면서 우리 종교인들이 새로운 천년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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