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의 증인(부활 제3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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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5-08 | 조회수1,889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부활 제3주일 복음 묵상
루가 24,35-48 (예수의 마지막 분부)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예수님께서 승천하기에 앞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증인'이라는 자격을 부여해 주셨습니다. 증인이란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이며 동시에 아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증명해보이는 사람입니다. 아는 것과 증명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지니고 있을 때에만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증인이라는 자격을 부여하신 것은, 곧 제자들이 주님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른 모든 이들에게 알리고 선포하라는 사명을 주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 역시 주님의 증인입니다. 비록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예수님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성서와 성전, 그리고 믿음의 결단을 통해서 예수님을 알고 있기 때문에 증인으로서 첫번째 조건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참된 증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면 됩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그리고 이 세상 안에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항상 영광과 기쁨으로만 가득한 일도 아니고 때때로 세상으로부터 들려오는 온갖 시기와 모함을 짊어져야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기조차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전적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다스려지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죽인 사람들 한 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하며 죄인들의 회개를 촉구하던 베드로 사도(사도행전 3,11-26)가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하느님의 뜻과는 무관하게, 아니 어쩌면 그 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이 세상 한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 분의 복음을 선포할 때, 모든 고통과 위험을 받아안아야 합니다.
겉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복음 선포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이 세상을 깊이있게 살펴보면, 이내 하느님의 뜻과 반하는 현실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랑과 나눔과 섬김은 일상화되지 못하고, 시대를 거슬러 살아가는 이들의 힘겨운 삶의 자리로서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은 사회의 끝자리에 남아있고, 경쟁을 조장하면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시대의 영웅으로 칭송받을 뿐입니다.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 보여주신 '죽으면 살 것이다'라는 참되고 영원한 진리가 단지 거룩한 교회 안에서만 메아리치는 고상한 덕목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은 자본의 논리 아래 자본 증식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모습만이 이런 것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주님의 증인으로 부름받은 우리 신앙인조차 하느님의 계명과 세상의 논리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증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면서,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단지 교회 테두리 안에 국한시키고, 세상 안에서는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철저히 감추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실은 세상과 교회를 철저히 구분하면서 이중의 생활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회 복음화를 외치는 신앙인들을 불순분자로 매도하면서, 교회 안에, 더 정확하게는 교회 건물 안에서만 신앙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원하는 신앙인의 삶과 예수님께서 부여하신 증인으로서의 삶은 결코 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또 한번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증인으로서 결코 굴하지 않고 세상 속에 자신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사회를 녹여 더불어 사는 세상을 일구어나감으로써, 지배욕을 버리고 섬김으로써, 독점욕에서 벗어나 나눔으로써,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 참된 생명을 얻음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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