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먹었으니 먹혀야 한다(부활 3주 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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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5-12 | 조회수1,869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2000, 5, 12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요한 6,52-59 (생명의 빵)
그 때에 유다인들이 "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서로 따졌다.
예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이 빵은 너희의 조상들이 먹고도 결국 죽어간 그런 빵이 아니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이것은 예수께서 가파르나움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하신 말씀이다.
<묵상>
제가 사제이기 전에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커다란 주님의 은총과 함께 하심을 느끼게 되는 신비는 바로 성체의 신비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성체는 보잘 것 없습니다. 그리고 음식으로 치자면 맛도 없고 허기를 면하는 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먹는 어떤 음식보다도 나를 살찌우고 변화시키는 양분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성체임을 저는 믿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체로서 제게 먹힘으로써 제 안에서 녹아 없어지지만, 성체를 모시면 오히려 제가 예수님께 먹혀 예수님 안으로 녹아 들어가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이렇게 됨으로써 밥이 되어주신 예수님을 따라 밥이 되어주는 신앙인으로 저는 새롭게 태어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살을 참된 양식이며 당신의 피는 참된 음료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냥 일반적인 양식이나 음료가 아니라, '참된' 양식이며 음료라고 말입니다. 참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저는 '참되다는 것'이 성체와 성혈이 한 사람이 온전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랑' 자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사랑을 받지 못하면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랑을 주지 못하고,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마치 죽음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건 없는 완전한 사람이 성체와 성혈 안에 담겨 있습니다. 아니 성체와 성혈은 사랑 자체라고 해야 더욱 맞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성체를 모실 때 사랑을 먹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은 우리를 사랑 덩어리로 바꾸어 줍니다. 이 사랑이 곧 우리의 참된 힘이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딛고 일어서려 하고, 남들을 제물 삼아 위로 오르려하는 이 세상 한 가운데 살아가면서 우리가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발판이 되어주고 제물이 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 때, 우리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먹을 것으로 마실 것으로 우리 자신을 내어놓아야 할 것입니다. 성체로서 주님은 우리에게 먹힘으로써, 우리를 성체로 변화시켜 세상의 양식으로 파견하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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