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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광주는 계속 되어야 한다(부활 4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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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5-18 조회수2,461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0, 5, 18 부활 제4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요한 13,16-20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다)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종이 주인보다 더 나을 수 없고 파견된 사람이 파견한 사람보다 더 나을 수는 없다. 이제 너희는 이것을 알았으니 그대로 실천하면 복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너희 모두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나는 내가 뽑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와 함께 빵을 먹는 자가 나를 배반하였다.' 한 성경 말씀은 이루어질 것이다. 내가 미리 이 일을 일러 주는 것은 그 일이 일어날 때 너희로 하여금 내가 누구라는 것을 믿게 하려는 것이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내가 보내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고 또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인다."

 

 

<묵상>

 

오늘은 518일입니다. 지금도 가슴에 사무치게 다가오는 5월 민중 항쟁 20돌이 되는 날입니다.  해방과 자유와 민주를 얻기 위한 민중의 피와 , 한숨과 눈물이 얼룩진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마지막을 피로 물들인 장엄한 순교의 역사 앞에 우리는 다시 섭니다.

 

선량한 민중들을 폭도로 매도하고, 자유와 정의와 민주를 총칼로 꺽었던 광포한 무리들이 이제 진정한 회개 없는 죄 사함을 날개 삼아 너무나도 뻔뻔스럽게 다시 일어서려 이 시간에,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우리의 역사를 돌아봅니다.

 

"종이 주인보다 더 나을 수 없고 파견된 사람이 파견한 사람보다 더 나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극히 당연한 이 말씀을 인간은 거역했습니다. 하느님의 파견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마치 자신이 전능하신 하느님이 된 것처럼 교만에 빠져,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거슬러 아름다운 낙원 이 세상을 동료들의 피로 물 들였습니다. 이 피로 자신을 치장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영원한 통치자로 남으려 했습니다. 결코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이지만, 어리석은 인간들은 끊임없이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결코 고통받는 당신의 사람들을 외면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참 사랑이 다스리는 세상,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일구기 위해 민중들이 죽음을 넘어 일어서도록 힘과 용기를 주시는 분이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민중들의 쉼없는 몸짓 속에 함께 하시는 분이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인간의 탐욕과 교만을 녹이고, 사랑과 믿음과 희망으로 충만한 새 사람으로 만들어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일구도록 파견하시는 분이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피로 얼룩진 고통의 역사 한 가운데를 살아가면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 까닭은 바로 이 하느님이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피에 주린 독재자들 앞에서 침묵과 맹종이 미덕으로 간주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침묵하지 않고 온 몸과 마음으로 외치는 하느님의 사람들, 독재에 맹종하기 보다는 목숨을 걸고 항거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하느님의 사람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내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고 또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인다."

 

이제는 우리가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광주는 빛바랜 사진첩 속에 끼어 있는 한 장의 낡은 사진처럼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옵니다.학살의 주범인 전직 대통령이 사법처리를 받았다고 해서, 언론이 '과거의 폭도''민주화의 영웅'이라고 떠벌린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20년전 죽어간 형제 자매들의 피맺힌 외침과 주장이 우리의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광주는 결코 끝날 수 없습니다. 아니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그날까지 광주는 우리의 가슴 속에서 활화산이 되어 우리를 불태워야 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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