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창조질서 파괴는 대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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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인찬 | 작성일2000-07-17 | 조회수2,516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연휴를 보내며 오늘까지 이틀 동안의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수많은 행락객이 산, 바다 그리고 계곡을 찾아 여행하는 것을 보았다. 토요일에 본당을 방문하는 피정 손님이 서울에서 6시에 출발했는데 밤 11시 45분에 대화에 도착했다. 평소에 3시간 정도면 넉넉히 올 수 있는 거리를 무려 6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그래도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피해서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은 마냥 즐거웠을 것이다. 어짜피 도시에 있으나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나 더운 것을 마찬가지이니 무작정 떠나고 본다는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주일미사에 약 100여명의 도시 교우들이 참석했다. 본당교우들이 농사일 때문에 적게 참석했으니 망정이지 손님 대접이 형편없을 뻔했다. 이럴 때 본당교우들이 주일 낮미사에 많이 빠져주시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오!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여(?!!!)
미사에 많은 손님 교우들이 참석해 주셔서 본당의 재정이 넉넉하게 된 것 또한 고마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주일미사에 여행오신 분들의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해드렸다.
어제가 농민주일이었다. 그래서 농부들의 마음 즉 농심(農心)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농부는 곡식을 자식 기르듯이 한다. 예로부터 농작물은 농부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는 것을 사필귀정이다. 잡초를 뽑기 위해서 뜨거운 여름 땡볕에서 땀흘려 일하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다. 농부들은 결과를 중시하지 않고 과정을 중요시한다. 흙을 가꾸면서 땀흘려 일한 만큼 수확을 거둔다는 진리를 몸으로 체득한 사람들이 농부들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농부들은 그래서 하느님 보시기에 가장 진실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강론을 하였으니 도시에서 열심히 신앙생활 하는 교우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그게 사실인 것을 어떻게 하랴.
그런데 오늘날 농부들도 더 이상 진실한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도시 사람들 때문이다. 한 예를 들면, 야채시장에서 배추 한 포기를 살 때, 배추 잎에 벌레구멍이 없고 잘 생긴 놈만 고르는 도시사람들이 그 원인 제공자이다. 농약을 주지 않은 배추는 본래 벌레가 생기고 농촌에서 도시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썩기 시작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상품 가치가 없으니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되니 농민도 다음부터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배추밭에 전보다 몇 배 강하게 농약을 주게 된다. 뿐만 아니 수송과정에서 썩지 말라고 출하 바로 전날에 농약을 엄청나게 뿌릴 수밖에 없다. 결국 땀흘려 가꾸는 삶을 살아야 할 농부들도 이제 그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농촌에 가도 예전처럼 인정스럽게 넉넉한 인심을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앞으로 계속되면 농민이나 도시민이나 너나 할 것 없이 공멸(共滅)할 것이 뻔하다. 자연 속에서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잃어버린 농부들의 마음이 바로 우리들의 현주소이다. 우리는 하느님이 지어내신 대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피조물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자연의 대법칙을 파괴하고 인간만이 잘 살아보겠다는 얄팍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인간에 의해서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파괴되어서는 안된다. 이 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은 자손만대에 대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산 바다 그리고 계곡에서 야영하는 여행객들은 자연을 오염시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본당 옆에 있는 금당계곡에서 버린 쓰레기는 바로 팔당 취수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린 그 사람과 가족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나는 이 곳에서 4년 5개월을 살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이 바로 창조질서 보존이다. 이 아름다운 산과 계곡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그 누구보다도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고백성사 내용에 하느님의 창조질서 파괴 행위를 가장 큰 대죄로 고백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전국에 있는 모든 성당에서 이제 더 이상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 부부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만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창조질서 회복 운동을 으뜸가는 계명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야 할 터전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이 파괴되어 버리고 있다.
나는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으려고 휴가 중에 오신 도시 교우들의 정성에 하느님이 축복을 빌어드렸다. 그러나 주일미사에 빠지는 죄보다 더 큰 대죄가 창조질서 파괴라는 것을 말씀드렸으니 정말 죄송하다. 그래도 대부분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만큼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대화성당 홈페이지 주소에 많이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시맨 신부 http://www.artchurch.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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