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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알의 기도(성 라우렌시오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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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8-10 조회수2,811 추천수13 반대(0) 신고

 

2000, 8, 10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복음 묵상

 

 

요한 12,24-26 (밀알 하나가 죽으면)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며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사람도 같이 있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높이실 것이다.

 

 

<묵상>

 

[밀알의 기도]

 

주님, 감사하는 마음으로 구하오니,

저희로 하여금 항상 새롭고 순결하고 넓은 마음으로 당신의 사제직을 충실히 준비하게 하소서.

 

노동을 통하여 세상 창조를 계속케 하신 하느님,

저희 마음을 주님의 성령으로 채우시어, 노동의 거룩함을 깨닫게 하시고, 노동의 벗들을 위해 몸바치는 밀알이 되어 아버지의 나라를 꽃피게 하소서.

 

주님, 당신은 지치고 수고하는 자의 위안이시며, 억눌린 이의 희망이시니,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노동 현장에서 죽어간 형제들과 함께 하시어, 이 땅에 노동의 해방과 평화의 새 아침을 주소서.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사도들의 모후여,

당신 사제들을 강복하소서.

 

성 요셉,

당신 노동자들을 성화하소서.

 

소화 데레사,

저희를 약진케 하소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 성녀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신학생 시절 몸담았던 동아리 '노동사목연구회(별칭 '밀알회')'의 기도문입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다짐하게 했던 기도문입니다. 일반 대학 시절의 생각과 활동들, 직장에서의 노동조합 활동들, 청년 신앙인으로서 교회 청년 운동에 복무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체험들로 인해 '노동'이라는 말은 제게는 참으로 신성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신학교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노동사목연구회'에 가입하였고, 신학교 생활 내내 또 다른 양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노동사목'이라는 점도 끌렸지만, 동아리의 별칭인 '밀알'이라는 것 또한 저를 강하게 자극하였지요. 공식적인 동아리 모임이 끝나면 '밀알의 기도'를 함께 바치면서 저도 모르게 저며오는 찌릿함 속에 밀알이 되자고, 밀알과 같은 사제가 되자고 얼마나 다짐을 했던지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과연 밀알로 살고 있는가?

과연 밀알과 같은 사제로 살아가고 있는가?

주님의 씨앗이 되어 제가 뿌려진 지금의 사목 현장 안에서 과연 밀알이 되어 썩어가고 있는가?

 

대부분의 자아 성찰이 그렇듯 이번 성찰 역시 결과는 그리 밝지 못합니다. 썩기를 거부하고 더욱 단단해지려는 저의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삶의 현장에서 썩어 죽는다는 것은 삶의 현장과 나를 분리시키지 않고 하나되는 것, 현장 속에 나를 묻는 것이기에 나와 현장이 하나될수록, 나를 현장에 강요하지 않고 현장과 더불어 나를 생각하고 실천할수록 더욱 더 밀알다워지는 것임을 생각합니다. 글쎄요. 하나의 깨달음이 당장에 나를 완전히 변화시키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또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과  함께 하는 벗들의 도우심으로 또 한 걸음을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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