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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반자(연중 30주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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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0-28 조회수2,203 추천수19 반대(0) 신고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일 동안 인천 교구 사제총회가 의정부 한마음 수련장에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성당을 4박 5일 동안 비우고, 사제 총회에 참석하였었지요. 교구의 발전과 사제들의 성숙을 위해서 마련된 이 총회를 통해서, 저 개인적으로는 보다 더 성숙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무튼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와 염려 덕분에 사제총회가 무사히 끝난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우리 교구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그리고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서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제총회 때, 제 머리 속에 계속해서 맴돌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몇 주 전 평일미사 강론 후에 어떤 신자 분이 하셨던 말씀이셨지요. 그 날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강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론을 하고 있던 중에 어떤 남자 분이 들어오시더군요. 그리고 맨 뒷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저는 '조금 늦으셨네.'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강론을 마쳤지요. 그리고 성찬례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그 분이 일어나시더니 "저거 다 거짓말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기분이 조금 상하더군요. 그리고 "술을 드셨나보군"하면서 그분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사제총회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있는 모든 말들이 혹시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오늘 복음을 준비하면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금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르티매오라는 앞 못 보는 거지가 나옵니다. 그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소문으로만 듣던 예수님께서 자기 근처를 지나가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는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계속해서 외치는 소리에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고 꾸짖습니다. 그 당시에는 어떤 병이 있거나, 장애가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따라서 사람들은 '하느님의 벌을 받은 사람이 감히 큰 소리로 외쳐서 우리들을 방해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사람을 꾸짖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더욱 더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이 소경의 말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소경을 부르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 다가가지 못하게 했던 사람들이 처음과는 달리 소경에게 이렇게 친절히 말합니다.

"용기를 내어 일어서라. 그분이 너를 부르신다."

소경은 이미 용기를 가지고 예수님께 외쳤었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특별히 예수님을 만나게 하는 것처럼 용기를 내라고 말을 합니다. 아무튼 소경은 겉옷을 벗어버리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다가가서 치유의 은총을 받게 됩니다.

이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는 혹시 바리티매오 라는 소경을 예수님께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의 모습과 똑같은 것은 아닌가 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마치 자기의 힘으로 된 것 인양, 위선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반성도 하게 되었지요.

어떤 사람이 대기업의 신입사원을 뽑는 조건을 토대로 예수님의 열두 제자를 분석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과연 누가 대기업에서 원하는 신입사원의 명단에 들어갈 수 있는 지 컴퓨터로 세밀하게 따졌습니다. 그 결과는 이렇게 나왔다고 합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다. 토마는 매사에 의심이 많고 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베드로는 성격이 급해서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안드레아는 너무 내성적이어서 매사에 추진력이 떨어진다. 시몬은 혁명가적인 기질이 있어서 매우 위험한 존재이다. 세리 출신의 마태오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제자들 중에서 적격자는 가리옷 사람 유다 뿐이다. 그는 학식과 경험을 겸비한 인물이며 사업가의 감각과 사교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역사를 변화시킨 사람은 실격자로 판정난 제자들이었지요. 세상의 판단으로 가장 유능한 가리옷 사람 유다는 오히려 배신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위선과 교만으로 가득 찬 사람을 사랑하시지 않고, 겸손함과 부족함을 당신의 능력으로 받아들여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끔 하시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티매오 라는 소경은 위선, 자존심, 체면을 모두 버리고 주님 앞에 나왔지요. 사람들의 꾸중을 들으면서도 그는 예수님께 끝까지 매달렸기 때문에 그는 치유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떠드느냐 라는 소리를 듣고서 조용히 했다면 그는 치유될 수 없었겠지요. 이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숨기지도 속이지도 않고, 자신의 비천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기에 그는 자신있게 하느님께 자비를 간청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바리티매오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 내어 맡기는 겸손한 사람인가? 아니면 바리티매오가 예수님께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처럼 위선과 교만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바리티매오는 겸손함, 그리고 끝까지 매달리는 노력을 통해서 눈만 아니라 마음까지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빛을 예수님으로부터 얻게 되어 예수님을 따라 나설 수가 있었지요. 우리 역시 바르티매오와 같은 겸손함과 끝까지 매달리는 노력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또한 나만 구원을 받겠다고, 아니 나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도 버려야 할 것입니다.

영국의 어떤 신문사가 다음과 같은 현상 광고를 냈다고 합니다.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분에게 후사(厚謝)하겠음"

많은 사람들이 응모를 했겠지요. 여러분들이 응모를 한다면 과연 어떤 답을 쓰겠습니까? 비행기를 타고서? 초고속 기차를 타고서? 지름길을 이용해서?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영예의 대상은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법은 좋은 동반자(同伴者)를 갖는 것"이라는 대답이었답니다. "과연 명답(名答)이구나!" 라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습니까?  

사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사람, 힘든 일도 고되게 느끼지 않고 서로가 격려가 되어 주는 사람, 때로는 밀어주고 끌어주는 사람, 그런 동반자가 곁에 있으면 런던까지가 아니라 지구 끝까지도 결코 느리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이 세상의 시간으로는 느릴지라도 마음으로는 '벌써 도착했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빨리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인생은 그야말로 장미 빛으로 빛나게 될 것입니다.

가정이건 직장이건 좋은 동반자가 있을 때, 밝고 건강한 분위기가 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 역시 우리 신앙인들이 서로에게 이런 동반자가 될 때 보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해하고 격려하고 기꺼이 도와 주려는 마음가짐, 이기주의를 버리고 어려움을 함께 풀어 가려는 마음가짐,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한 주간 되시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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