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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처님과 십자가의 싸움(32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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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16 조회수2,551 추천수15 반대(0) 신고

2000년 8월 3일 저녁 동대문구에 위치한 어느 경로당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TV 앞에 모여 있었습니다. 마침 SBS 텔레비전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지요. 처음에는 청동 불상에서 꽃이 자라고 있다는 내용을 내어 보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불자들은 이 꽃을 천년에 한번 피는 꽃인 우담바라라고 하여서 특별 법회를 열고 부처님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지요. 이것을 보고 있던 불교신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TV에 대고 합장을 하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고 염불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바로 뒤에 어느 교회 앞마당에 하얀색 십자가가 나타나는 내용이 소개되었습니다. 저녁만 되면 교회 앞마당에는 하얀색의 십자가가 선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었지요. 이것을 보고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 중에서 교회를 다니시는 분들은 손을 이렇게 모으고서 ’아멘’, ’아멘’을 외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건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 방송을 보고 있었던 불교신자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기독교신자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하여 결국은 몸싸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서로가 진짜 종교이며, 진짜 신을 믿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연 누가 옳은 것 같아요? 분명 텔레비전에서 소개한 이야기는 그 종교에서 볼 때는 정말로 놀라운 것이며, 감사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현상을 통해서 오히려 싸움만이 불러 일으켜진다면 본래의 뜻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말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노아 시대의 대홍수가 다시 일어나고, 롯 시대에 있었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이 이 땅에 이루어 질 것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또한 하나는 데려가고, 또 다른 하나는 버려둘 것이라고도 말씀하시지요.

 

아무튼 이 모든 말씀이 우리들에게 어떤 공포감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은 이 말씀을 두고서 사람들을 오히려 나쁜 길로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종말이 언제이니 너희들은 너희들의 재산을 모두 교회에 바쳐서 준비하라", "가족까지도 버려야 한다" 등등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아픔을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통해 교회의 분열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마치 앞서 텔레비전을 보고서 서로 다투었던 모습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이렇게 공포감을 가지고서 생활하라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살라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서 우리들에게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그 의미를 제자들의 질문과 예수님의 대답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님,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주검이 있는 곳에는 독수리가 모여 드는 법이다"라고 말씀하시지요.

 

동문서답같기도 한 예수님의 말씀이며, 어떻게 보면 매우 애매모호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잘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말씀같기도 합니다.

 

즉,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가 꾀는 자연 이치와 같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이치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그 날이 언제 어디에 있을 것인가를 사람들이 관심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주님을 굳건히 믿고, 주님의 말씀으로 자신에 맡겨진 일에 충실하고, 겸손되게 이웃에 봉사하며 살아가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하신 말씀이 아닐까요?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주님께로 가까이 가고자 하는 항구한 삶을 살아갈 때, 세상 끝날이 와도 두렵지 않을 뿐 아니라 세상의 종말이 언제일까 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언제 어느 때에 오실 지 모르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말씀으로 자신을 새롭게 추스리고,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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