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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그릇은?(연중 32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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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18 조회수3,659 추천수11 반대(0) 신고

지난 주에는 제가 휴가를 다녀오고, 또한 이번 주에는 바쁜 일들이 많아서 11월 초에 끊어 논 수영장을 딱 3번밖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저녁 수영장에 갔었지요. 한 열흘만에 하는 수영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저는 수영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먹은대로 되지를 않더군요. 금방 지치고,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힘껏 따라 했지요.

 

그런데 잠시 뒤에, 다리에 쥐가 나고 만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물 속에서 쥐가 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쥐가 난 다리는 너무 아프고, '이래서 물 속에서 쥐가 나면 죽는다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아무튼 저는 마치 전쟁터의 패잔병처럼 발을 질질 끌면서 간신히 물밖으로 나왔지요. 바로 그 순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과 열흘 쉰 것인데, 이렇게까지 되다니....'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하는 기도도 마찬가지지요. 기도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 뒤에는 '정말로 이 길이 너무나 좋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성당에서 그리고 성체조배실에서 또한 집에서도 열심히 기도합니다. 하지만 어떤 바쁜 일이 있어서 기도를 한 두 번 빠지게 되면, 처음에 가졌던 열성이 사라지고 말지요. 오히려 그 시간이 상당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 시간에 책을 읽으면 더 보람될 것 같은데... 기도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이 일을 해야 해. 이 일은 지금해야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

 

이런 마음이 생기고 난 뒤에는 이미 기도는 내 맘에서 사라지고 말지요.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주일 신자, 더 나아가서는 냉담자가 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끊임없이 행하지 않다가 다시 하기란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끊임없이 행하는 기도, 믿음에 대해서 우리들에게 말씀해 주십니다.

오늘 복음은 오만한 재판관이 끈질기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 가난한 과부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과부는 돈도, 그리고 권력도 없었기 때문에, 그 어디에서도 의지할 때가 없었습니다. 즉, 이 여인은 어떤 공정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지요. 따라서 이 여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끈질기게, 그리고 성가시게 재판관을 조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런 끈질김을 통해서 이 여인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하물며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하시겠느냐?'라는 말씀을 하시지요.

 

물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필요한 것까지 알아서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런 하느님이니 우리가 굳이 기도를 드릴 필요가 뭐 있겠냐 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간청하는 과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오늘 복음을 생각해 볼 때, 기도라는 것은 '하느님이 무엇을 해 주십시오'라는 청만을 드리는 창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하느님의 그 큰 은총과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끊임없는 기도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과부의 비유를 들어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해봅시다. 나는 과연 이 과부처럼 끊임없이 하느님께 의지하고 기도함으로써,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가 수영장에서 쥐가 나서 제대로 걸을 수 없었던 것처럼, 제대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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