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손해보는 삶(무염시태 대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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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명연 | 작성일2000-12-08 | 조회수2,946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어떤 사람이 갑자기 어떤 물건을 사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문이 닫혔으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문을 닫으려면 아직도 한 10분 남았기에, 그 가게까지 막 뛰어갔지요. 가게문을 막 닫으려는 순간, 그는 그 가게에 도착했고 물건을 가지고서 계산대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점원은 기분 나쁜 눈치를 굳이 숨기지 않는 것이었어요. 이 사람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또 시계를 보니까, 아직도 문을 닫으려면 5분이 남았었거든요. 하지만 꾹 참고서, 막판에 뛰어들어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답니다. 그리고 혹시 약속이 있는데 늦은 것은 아니냐고 정중하게 물었지요.
그러자 점원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저이지요. 어머니께서 오늘 병원에 실려 가셨어요. 너무 걱정돼서 일이 끝나자마자 가보려고 했었거든요."
그리고는 덧붙여 말했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만약 이 사람이 점원의 불친절을 핑계로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서로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겠지요. 물론 점원의 불친절은 잘못된 것이지만, 점원 나름대로의 문제를 듣지 못한 채 싸웠다면 그 사람 역시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거부하는 것은 우리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을 맞이해서 복음에서는 예수님 잉태 소식에 대한 말씀이 나옵니다. 즉, 천사가 성모님께 나타나 예수님을 곧 잉태하실 것이라는 말씀을 전해주지요. 사실 성모님께서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의 몸이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천사의 말이라고해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밤에 가브리엘 천사가 여러분 침실에 나타나서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하고 말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아마 무조건 반대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길은 바로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하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더구나 폐쇄적인 사회였던 이스라엘에서는 더 그랬겠지요.
하지만 성모님께서는 처음에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질문을 던지시지만, 곧바로 천사의 말을 받아들이십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즉, 성모님께서는 무조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다. 또 따지지도 않습니다. 그럼으로써 성모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을 맞이해서, 우리 모두 우리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가? 또한 그 사람들의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가?
이런 성모님의 모습을 따르도록 합시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내 뜻이 더 맞는 것 같고, 내 자신이 손해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들을 보다 주님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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