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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적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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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1-06-09 조회수1,937 추천수16 반대(0) 신고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기다란 예복을 걸치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회당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찾으며  잔칫집에 가면 제일 윗자리에 앉으려 한다. 또한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오래 한다."

 

 

<묵상>

어제는 수원 경로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양로원에 계시는

한 할머니를 방문하고 왔다.

프란치스코 재속 3회원으로서 오랜기간 우리 수사님들의

성소후원을 위해 발로 뛰며 일하시다가 10년전부터 이제

양로원에서 홀로 살아가고 계신다.

나도 옛날 학생 때 뵈온 적이 있었고

그후로는 로마 유학이다 또 대전 수련소에서 10년이나 사는

바람에 할머니를 잊고 살았었다.

 

지난 주간에 그곳 수녀님들의 연피정을 마치고 돌아온

동료 신부님이 나에게 찾아와

이런저런 아가다라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삐꼼씨와 훼스탈 약을 좀 사다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선풍기가 아주 오래되어 너무 덜거덕 거려서 하나를

바꿔주겠노라고 하니 할머니가 그러지 말라고 해서

관구장님께 말씀드려서 하겠다고 하니

관구장님이 사 주시는 거라면 받겠다고 하였단다.

 

그래서

즉시 약과 선풍기, 그리고 마실 음료와 빵 등을 사서

그 신부님과 함께 할머니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80이 넘으신 할머니는

여전히 맑고 깨끗하셨다.

지금도 우리 형제들 생각 밖에 없으시다.

이름도 다 기억하시고 형제들 하나 하나를 위해서

늘 기도해 주고 계신다.

학교 선생님까지 하신 분이라 아직도 총기가 있으시고

흐트르짐이 없으시다.

함께 오랜만에 자식처럼 할머니를 찾아뵙고 함께 주모경을

바치고 안수강복을 드리고 다시 찾아뵈올 것을 약속드리며

돌아왔다.

 

가난한 과부의 몸으로 우리 수사님들의 성소후원을 위해

수십년간 일하시고 지금도 우리 형제들만을 그리워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오늘 복음의 그 가난한 과부의 모습을 본다.

자신이 가진 전부를 오롯이 봉헌한 맑고 순수한 영혼의 모습을...

 

그에 비해 나를 비롯한 우리 형제들은

예수님의 경고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하리라고 생각해본다.

“율법 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기다란 예복을 걸치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회당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찾으며  잔칫집에 가면 제일 윗자리에 앉으려 한다. 또한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오래 한다." 자칫 율법학자들이 바로 우리 형제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아가다 할머니와 비교하면 바로 우리 형제들이 율법학자에

비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적인 위선자가 되지 말고 참으로 맑고 순수한 작은자의 삶에로

나아가도록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촉구하신다.

그 아가다 할머니를 본받으라고...

오롯이 자신의 전부를 하느님께 바치라고...

 

그 할머니에게

오면서 이런 부탁을 드렸다.

<할머니 저희 형제들을 위해서 작은 글 하나를 좀 써 주세요.

수사님들에게 당부하시는 말씀도 좋고 작은 기도도 좋아요.

저희 형제들에게 영적으로 큰 힘과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할머니는

이제 손이 떨려서 글을 잘 쓸수가 없노라 하시면서

수사님들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말에 한번 생각해 보겠노라고

아주 겸손하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오늘날 우리 교회를 위해서도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도

거창한 기도모임이 필요치 않다.

거창한 복음화 사업이 필요치도 않다.

거창한 피정도 필요치 않다.

정작 필요한 것은

가난한 과부의 진솔한 기도요 봉헌이다...

아가다 할머니 같은 분들의 진솔한 기도와 봉헌이야말로

교회를 구하는 힘이요

우리 수도공동체를 위한 영적인 풍요임에 틀림없다.

 

자주, 찾아뵈오리라.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할머니에게 영감을 받고 위로를 받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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