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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하는 재미, 소문과 그리고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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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제병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1-07-19 조회수1,726 추천수13 반대(0) 신고

말하는 재미, 소문과 그리고 침묵

 

말하는 재미 중에 남 험담하는 재미 보다 더 큰 재미가 있을까? 하물며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이건 비밀인데 자기에게만 말하는 거야" 하면서 남을 씹는 재미야 오죽하랴. 그렇게 시작된 소문은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일단 소문이 퍼지고 말이 말을 부르기 시작하면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당사자야 어찌 되었든 자신들의 생각에 감정까지 얹어가면서 입에 침을 튀긴다. 말로 사람 죽인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 바로 이때인데 그러나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자! 우리는 과연 남을 칭찬하는 말보다 남의 허물을 들추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지 않은지…

옛말에 귀가 두개인 것과 입이 하나인 것은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일이다. 모르면 몰라서 이런 저런 사족을 붙이고 알면 알아서 사족을 붙이는 우리의 언어 습관은 말이 말을 낳고 그러다 보니 말 때문에 친한 사이가 원수처럼 살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진다. 알면 알아서 조심스럽고 모르면 몰라서 조심스러운 지혜를 우리는 언제쯤 터득하게 되려나.

알면서도 침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나도 체험으로 알고 있다. 나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럴 테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의 험담이라면 더더욱 침묵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메시아임을 고백하던 그 입으로 자신을 부인하고 도망칠 제자의 앞날을 훤히 알면서도 그런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맡기시던 예수님. 정치범으로 십자가에 달려야 할 자신의 처지를 아시면서도 입 다무시던 예수님. 모든 것을 알면서도 불구하고 입 다무셔야만 했을 예수님, 나의 주님의 침묵은 범상치 않은 아들의 행적을 가슴에 묻고 간직하셨던 성모님의 마음자리와 맞물려 진실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무게로 교회를 지탱하고 있다. 진실이란 말하지 않아도 진실 그 자체로 남아 있다는 것을 교회는 애써 가르치고 있건만 그 교회 안에 살아 숨쉬는 우리들은 도무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몇 명이 모이면 편이 갈리고 말이 소문을 부르고 소문은 다시 편을 가르는 악순환이 그치지 않겠지.

부활하신 주님의 소문은 온 이스라엘을 시끄럽게 했지만 그 소문 때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구원의 희망을 선물로 받았다. 진실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말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부활하신 분을 소문 내는 것은 어떤가!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소문은 많이 낼수록 좋은 법이니까.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이 뛰어나가 소리치던 그 힘을 나도 한 번 써 볼거나?

누군가의 이 말이 기억난다. 장미는 아름다운 향기를 가지고 있다고 동네방네 소리지르지 않는다. 그냥 향기가 져며 나오는 것이다. 진실이란 이렇게 져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제 병영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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