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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떻게 그런 말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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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07-23 조회수1,714 추천수14 반대(0) 신고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냐?"(마태오 12, 48)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시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해 들려오는 좋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시던 성모님께서 친척들을 앞세우고 예수님께서 머물고 계시던 집앞에 당도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아들을 좀 불러달라고 청합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런 순간 어떻게 처신합니까? 아무리 바쁜 일이 있다 하더라도 어머니께서 오셨는데, 만사를 제쳐두고 일단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릴 것입니다.

 

그런데 이 순간 예수님의 대처방식은 우리 인간들의 보편적인 언어구조를 초월합니다.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

 

이 말씀을 전해들은 성모님과 친척들의 당시 심정이 어땠으리라 하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야! 이거 너무 한거 아냐? 지가 아무리 메시아라고 하지만 메시아 이전에 인간이 되야지!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어머니가 걱정이 되서 몇일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찾아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성모님은 침묵하십니다. 그 인간적인 수모 앞에 묵묵히 침묵하시며,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의 진의가 무엇인지 곰곰히 되새기며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가십니다.

 

성모님은 예수님과 결부된 여러가지 사건으로 인해 받으셨던 인간적인 상처를 한번도 떠벌이지 않으시고 침묵중에 간직하셨습니다. 한 두번이 아니라 항상, 습관적이 아니라 진심으로 간직하셨습니다.

 

가슴을 비수처럼 찌르던 예수님의 말씀들을 인간적으로 해석하지 않으시고 하느님 안에 신앙의 눈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면서 고통스런 믿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셨습니다.

 

여기에 바로 성모님의 위대성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언약을 굳게 믿으셨던 성모님은 예수님의 말씀으로 인한 인간적인 섭섭함을 즉시 털어버리십니다. 예수님께서 하셨던 그 이해하지 못할 말을 처음에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 말을 간직하고 또 묵상을 거듭하던 중 마침내 한가지 진리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 그래. 맞아! 예수는 내가 낳은 내 아들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 만민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내가 그만 깜박 잊었구나! 그래 지금은 예수를 내 품에서 내려놓고 떠나 보내야 할 때구나!"

 

이 순간 성모님의 신앙은 다시 한 번 비약적인 성장과 도약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모님는 이기적인 신앙인에서 이타적인 신앙인으로, 작은 신앙인에서 큰 신앙인으로, 한 평범한 시골 처녀에서 하느님의 어머니로 결정적인 변화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인은 성모님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화되고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참으로 필요한 자세는 고통의 수용이며, 고통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의 얼굴을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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