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리스도인의 세상 사는 법(연중 19주 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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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1-08-14 | 조회수1,700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2001, 8, 13 연중 제19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17,22-27 (수난과 부활에 대한 두번째 예고, 성전세를 바치다)
그들이 갈릴래아에 모여 있을 때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인자는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고 사람들은 그를 죽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사흘 만에 일으켜질 것입니다." 그러시자 그들은 몹시 슬퍼하였다.
그들이 가파르나움으로 가자 두 드락메를 거두어들이는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와서 "여러분의 선생님은 두 드락메를 바치지 않습니까?" 하였다. "바치십니다" 하고서 집에 갔더니 예수께서 그를 앞질러 말씀하셨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시몬? 세상 임금들이 누구한테서 관세나 주님세를 거두어들입니까? 자기 아들들한테서입니까 또는 남들한테서입니까?" "남들한테서입니다" 했더니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아들들은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넘어지게 할 생각은 없으니,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으시오. 그 입을 열어 보면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터이니 그것을 집어 나와 당신 몫으로 그들에게 주시오."
<묵상>
* 이 묵상 글은 작년 이 맘 때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어제 월요일이 저희 사제들의 휴일이기도 했지만, 이런 저런 일로 인해 묵상 글을 올리지 못해서, 하루 늦게나마 죄송한 마음으로 이렇게 올립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수난에 대해 두 번째 예고를 하십니다. 그리고 성전세에 대한 입장을 밝히십니다. 수난에 대한 예고와 성전세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연이어 나오는 것은 우연한 것이 아닙니다. 이 두 가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태도의 두가지 측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이 두 가지는 서로 상반되는 것 같습니다. 수난과 십자가 죽음은 세상을 거스르는 것이고, 성전세를 내는 것은 세상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한편으로는 세상을 거슬러 십자가를 지고 죽음으로써만 부활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 사람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성전세를 내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지만 이 말씀은 우리 편의대로 살면서도 그 모든 것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편리한 이중 잣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이라면 분명히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십자가를 지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거리라도 되듯이 특별한 사람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는 가르침일 것입니다.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시는 예수님께서는 성전세를 내실 이유가 없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바로 하느님께서 계시는 새 성전이요 유일하고 완전한 성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성전세를 기꺼이 바치십니다.
십자가를 받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성전세를 내지 않으면 잡혀갈까봐 두려워 성전세를 내셨을 리가 없습니다. 성전세를 내지 않는다고 세상 사람들이 욕하는 것이 무서워 성전세를 내셨을 리가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처지가 되시고자 성전세를 내신 것입니다. 당신을 특별한 분으로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고자 성전세를 기꺼이 내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보다 더 특별한 사람은 없을 터이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당신의 길, 세상을 거스르는 십자가의 길을 가시고자 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역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특별한 지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부르심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분명 잘난 사람들입니다. 맘껏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니 가져야 합니다.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지위가 교만이나 우월감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이 자연스러운 우리의 삶이 되어야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자신을 선전하는 홍보물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십자가는 자신을 들어 높이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하기 위한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거룩한 한 사람으로 남아 있음으로써 세상 사람들의 추함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세상 사람 사이에 들어가 이 모두를 거룩하게 변화시켜야 할 사명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하나되어 살아가면서 그리스도인의 고유한 사명인 십자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삶을 살아갈 때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하느님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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