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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화의 곳간"(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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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01-08-20 조회수1,433 추천수9 반대(0) 신고

 내 자리! 나의 최상의 성소라고 생각하고 들어 간 그 곳은

교만하기 이를 데 없는 제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데 더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아이들!

수없이 많은 옆 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맡은 위아래의 어른 들!

그 안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일들..........

 

 각이 많은 뾰족뾰족한 돌맹이가 단단한 곳에 이리저리 부딪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반질반질한 둥그런 돌이 될 수 있겠습니까?

 씹을 수 없이 단단한 고기가 도마 위에서 난도질을 당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먹힐 수 있는 부드러운 고기가 될 수 있겠습니까?

 

 단단하여 도저히 씹을 수 없는 고기와도 같은,

뾰족뾰족한 돌맹이와도 같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누구보다도 더 교만한 저"이기에

그곳은 제게 더없이 좋은 곳, 바로 "보화의 곳간"이었습니다.

 

 3월 5일에 입회를 하여 이미 소임이 다 결정이 난 후였기에

처음에는 ’대기소’라는 곳에 소임을 받았었는데 5월 1일자로 ’엄마 소임’을 받았습니다.

그곳에는 한 층에 다섯반씩 4층, 20반이 한 건물에 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반 아이들은 2월말에 바뀐 새로운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러 말썽을 일으켰고, 결국 제가 그 아이들의 새로운 엄마가 된 것입니다.

 

 6일 후인 5월 7일! 소풍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바로 옆반을 맡은이가 인간적인 친구가 될 것을 제안하였는데

저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거절하였습니다.

 ’완덕에 이르고자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다 버리고 떠나 왔는데 또 여기에서 인간적인 사랑에 얽매이랴?" 하는 마음으로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거절을 하였는데,

 그런 저의 강한 처사는 그 사람의 마음을 많이 상하게 해주었고,

그 사람은 그 일로 인해 7처에 이르도록 계속 저를 괴롭혔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그 다음에는 공개적으로..... 그 다음에는 다른 동료들과 합세를 해서..... 완전히 저를 왕따 시켰던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 사람과 동료들의 괴롭힘은 제가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님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으며, 그들은 ’저의 교만의 껍질을 벗기는 일의 첫공로자’였기에 제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저의 은인들"이었습니다.

 결혼 생활 안에 있어서도 교만의 정도에 따라서 체면을 깍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나 사건의 경우는 똑같을 것입니다.

 

 기쁨에 들떠서 ’나는 잘할 수 있다’는 자만으로 들어선 길!

그토록 애타게 ’십자가! 십자가를 주십시오!’ 하며

이 세상 온갖 고통을 다 당할 수 있을 것처럼 의기 양양했던 그 기운은 다 없어지고,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날아오는 돌팔매, 발길질, 침뱉음, 채찍질,

머리에 찌르는 가시로 인해 흘러내리는 피...............

 

 온통 주위에는 고통을 주는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기에

사랑하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생소한 환경에서 오는 낯설음.......

내리 누르는 십자가의 무게.......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아뜩하고

더 이상 걸어갈 수가 없게 되어 결국에는 넘어졌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이곳이 그렇게도 그리던 내 집이란 말인가? 잘못된 거야!

무언가 잘못된 거야! 이게 아니야! 이 집 꼴은 뭐고, 내 꼴은 또 뭔가?

성인이 되겠다고 시작한 일인데 내가 마귀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며

수도원 자체에도, 저 자신에게도 실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 안에서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던 나쁜 감정들이 이 일, 저 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부딪히면서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였고,그 일로 인해 너무나도 자신에게 놀라고 실망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또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해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꼴이라니요......

 

 멀리 가 계셨던 오라버니는 저의 이 꼴을 보고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너도 이제 어른이 되려는 진통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 수녀원에 갈 때는 모두 꿈에 잠겨 즐겁다가도 얼마 지나면 회의도 생기고 여러가지 고민 거리가 생기는 법이란다. 네가 특별히 약해서도 못난이가 되서도 아니고, 그런 것이 정상인거야. 다만 그런 시기를 만났을 때 어찌 처신하느냐에 따라 자기 길에 충실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지.

 그런데 미나야! 네가 너무 조급하게 성인이 되려는 욕심을 부리는 것같구나.

누구나 그런 거룩한 욕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럴 때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상기해 보렴.

 

 하느님께서도 갑자기 하루 아침에 인류를 구원하시지 않으시고,

미천한 아기로 태어나서 30년 동안이나 사람들과 동고동락을 하시며

사람들의 방법을 따라 수련하시고,

그 후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다는 것을 잘 묵상해 봐."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말은 저에게 아주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언제나 느긋한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부족함까지도 받아들이려 노력하며

가장 좋은 방법으로 당신께로 이끌어주시도록

시작도 마침도 없으신 영원하신 하느님께 저의 온 시간을 다 맡겨드렸습니다.

 

 

***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 십자가의 길에 있어서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한 형제라도 한 가정에서 처지가 다르듯이)

    제가 있던 곳이 어디인지 그곳 사람들이 어떤지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너무나 교만하여 제게 필요한 일이기에 하느님께서

    저를 위해 허락하신 일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길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바로 "자신 안에 있는 교만심과 하느님께 대한 불순명과 나와의 싸움"이기에

    ’누가 나에게 어떻게 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얼마나 잘 볼 수 있고,

    나를 얼마나 잘 다스렸느냐?’가 중요한 일입니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각기 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분들께

    저의 이런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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