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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겸손에 대하여(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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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03 조회수1,642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 십자가 현양 축일까지 십자가의 길에 대하여 다 쓰겠노라고 혼자 다짐을 하였었는데

며칠 감기를 앓고 나니 그 스스로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그래도.........

 

 7개월 동안 아이 하나로 인한 고통을 겪고 나서야 제가 6처를 지나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성당에 가서 그 다음인 7처를 바라보니 3처보다 더 많이 땅에 가까이 넘어지신 예수님을 보게 되어 더 겁이 나서 "주님! 이제 좀 쉬게 하여주십시오! 제발 좀 보류하여 주십시오! 너무나 힘들어 더 이상 못가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로부터 1년 정도 정말 거짓말같이 저에게는 십자가의 고통이 거의 없었습니다.

 새로 맡은 반 아이중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없었고, 저를 그토록 괴롭히던 동료도 나가고, 같이 합세를 했던 다른 동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제게로 돌아왔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러던 중에 "겸손"에 대하여 밝히 깨달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 있었기에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7처의 고통이 시작되기 전인 1979년 6월에 루가 복음 19, 11-27에 나오는 "금화의 비유" 무용극을 하게 되었는데 출연자 중에 한 사람으로 발탁되었지만 한 마디로 거절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입회해서 바로부터 행사때 뽑혀서 고전춤을 추었는데 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선과 칭찬을 받게 되어 그것이 마음 안에서 아주 큰 부담이 되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남 앞에 나서서 어떤 일을 하고 칭찬을 받게 되는 그런 일로 인해 제가 더욱 교만해진다고 생각했기에 되도록 남 앞에 나서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용극 총연습장에 가서 다른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나서야 그런 저의 생각이 참으로 잘못되었슴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춤을 출 때에는 잘 몰랐지만 남이 하는 것을 보니 잘못하는 것이 더 눈에 잘 띄어 ’아유! 저걸 춤이라고 추고 있나? 내가 했으면 훨씬 더 잘했을 텐데!’ 하면서 저 대신 하고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아홉 사람 모두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비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얼마나 우습습니까?

 그런 제 모습은 결코 겸손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만의 모습입니다.

 제가 그 일을 하므로 교만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지 않으므로 인해서 저는 더욱 더 교만을 떨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때 그 일을 하지 않은 것은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저 자신만을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쓰는 것을

 ’혹시 내가 그런 것으로 칭찬받으려 하거나 나 자신을 남 앞에 드러내고 높아지려하는 도구로 사용하려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잘못된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일을 통해서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은 결코 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주신 분의 것이며, 그것은 다른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쓰라고 주신 "모든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생각을 정리하지면 이렇습니다.

 ’내가 처음에 무용극을 하자는 제의를 수락했다면 남보다 동작을 더 빨리 익혀 동료들은 물론, 전혀 무용에 재능이 없는 사람을 찾아 가르쳐야하는 책임 맡은 이의 수고를 덜어주었을 것이며, 보는 이들도 더 즐겁게 해 주었을 텐데...........’

 

 제가 그런 것을 피하려고 했던 것은 "겸손""교만"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있었던 저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칭찬’, 행사가 끝난 다음에 오는 ’허탈감’과 그 뒤에 오는 ’동료들의 곱지 않은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밝히 깨달고 제가 어떤 대우를 받게 되더라도 "임금님께서 주신 금화 한 개로 다섯 개와 열 개로 늘린 종"처럼 주님께서 주신 모든 것을 잘 사용하겠다는 결심을 한 79년 6월 12일에 쓴 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 주님!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오늘은 조금 풀은 것 같습니다. 가슴이 시원해 짐을 느낄 수 있어요.

 남 앞에 나서서 무엇을 한다는 것을 저는 지금까지 크게 부담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뭐 잘났다고 그런 것을 해’, ’남은 할 수 없는데 저는 하니까 잘난 것인가?’ 저 스스로 그것이 자만거리나 교만거리가 되는 줄로 생각하며 괴로워했답니다.

 얼마나 어리석은 지요. 이 비천한 여종은 당신이 만드신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엄연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잘난 줄로 착각을 했던 거예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다 당신 것입니다.

 저는 단지 당신 앞에서 죄만을 지었을 뿐인 것을.........

 어찌 제 것인 양 여길 수 있겠나이까?

 주님! 이 죄인을 어여삐 여겨주소서. 당신이 쓰시고자 저를 만드셨고,

 이 몸 당신 영광 위해서만 존재하나이다.

 잠시라도 그러한 사실을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깨우쳐주셔요. 주님!

 

 당신의 무한한 자비, 영원 세세에 찬미받을 당신의 영광만을 위해서만 있게 하소서.

 이 죄인에게 주어진 재능, 시간, 능력, 다 당신 것일 뿐이옵니다.

 남의 앞에서건, 숨겨진 채로이건, 다 당신의 영광만을 위해서 존재할 뿐이옵니다.

 이제 이런 일로 말설이거나 걱정과 근심을 억지로 끌어다 붙이지 않도록 허락하소서.

 "우울한 자의 얼굴은 백 마리 마귀보다 무섭다." 고 하지 않습니까?

 그 누구의 걸림돌도 되지 않게 하소서.

 당신께로 가는 그 누구의 길을 막는 방해꾼이 되지 않도록 저를 도와 주시옵소서.

 당신이 주신 모든 것을 내 부끄러워하지 않으오리다.

 잘난 것, 못난 것, 결점, 약점, 장점, 단점, 모든 것을

 당신 영광만을 위해서 다 바치옵니다.

 모든 것을 다 좋게 사용하시는 전능하신 주님!

 이 비천한 당신의 종을 사랑의 도구로,

 당신 영광의 도구로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며 많이 맡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놓아야 한다"(루가 12,48) 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게 있는 재능이나 시간들을 마치도 제 것인양 생각하여 제 마음에 내킬 때에 제 마음대로 사용하려 하였기에 제 안에서 쓸데없는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게 있는 모든 것은 다 주님의 것"이기에 그분께 맡겨드리고 그분께서 쓰시겠다고 할 때에 온 힘을 다해 내어놓아 사용한다면, 사람들 눈에 그 일이 어떻게 비쳐질지라도 아무런 상관없이 그 안에서 큰 기쁨을 얻어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이왕 내친 김에 그 이야기까지 하고 마치겠습니다.   

 

 7처에서 또다시 성소에 대한 의혹으로 한바탕 고통을 겪고 난 후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에(1981년 가을 쯤)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나서 아이들의 도화지와 그림물감, 붓 등을 빌려 "장미 꽃 한 송이"를 그려서 잘 보이는 벽에 붙여 놓았는데, 그 그림을 보고 지나다니는 여러 사람들이 아주 기뻐하였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자기 반에도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을 하여 그림을 그려주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도 한 번 말씀을 드렸듯이 중학교 1학년 때에 처음으로 수채화 물감을 쓰던 날부터 그 때까지 너무나도 교만하여 창피 당하지 않기 위하여 일부러 그림을 그리지 않았었는데, 13년이 지나서야 ’스스로 원해서’ 다시 붓을 잡게 된 것입니다.

 그곳에 가서 처음 연피정을 갔을 때에도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은 나와서 칠판에 그림을 그려라."는 웃어른의 말씀을 외면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 하나가 스스로 나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어이구! 저걸 그림이라고 그리나? 차라리 나처럼 가만이나 있지!’ 하며 비판을 했었습니다. 그 사람은 재주가 없었지만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총대를 맨 것이었는데..........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지, 교만이 무엇인지조차도 제대로 모른 채 오랫동안 자신의 굴레 안에 갇혀있던 제가 무용극 사건을 겪고, 자신의 체면의 껍질을 벗어버리는 작업인 두 번째 넘어지는 일을 겪고 나서야 그 분별력이 조금 생기게 되어 누가 부탁을 하든지, 그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거절하지 않고, 누가 시키지 않은 일까지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런 갈등없이 주어지는 모든 여건 안에서 주님께서 제게 주신 재능을 최선을 다해 사용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다만 그분의 보잘것없는 종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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