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뜨끔한 말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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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1-10-08 | 조회수2,182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연중 제 27주일 복음(루가 17,5-10)
사도들이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니까 주님께서는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 하고 말씀하셨다.
오홋! 사도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조금 모자란 정도>인 줄 알고 있었고.... 주님은 제자들이 겨자씨 <한 톨> 만큼의 믿음도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 아닌가?
만일 내가 일생 믿고 매달리고 살아온 것을 보고 주님이 ’너는 일생 헛것에 매달려 있었다. 그건 나와 상관없는 것이었다’ 라고 하시는 날이 온다면?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 아닌지 잘 살펴 보아라."(루가 11,35) 마치 이 구절을 곰곰이 되씹어보았을 때의 충격과 비슷하다. ’빛이 어둠이 아닌지...살펴보라!’ 자신은 빛인줄 알고 있었는데 실은 어둠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 아닌가?
요즈음 망막에 이상이 생겨서 글자가 찌그러져보이고 사물이 모두 휘어져 보인다. 만일 처음부터 나의 망막이 그랬었다면 모든 사물이 이렇게 생긴 줄 알고 살았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의 눈은, 감각은, 우리의 이성은, 판단은 이처럼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재질과 한계와 용량을 넘지 못하니 말이다. 자주자주 남의 생각도 들어보고 나의 이상(異狀)을 고쳐나가는 것이 보편적인 믿음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할 바이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겸손이 아닌가?
우리가 주님의 일을 한다고 늘상 말하고 다니는 것처럼 믿기 어려운 말도 없다. 사리사욕의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순수하게 주님을 따라 산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자신의 성취를 위한 일인지도, 참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일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전적으로 타인를 위해, 타 존재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 어쩜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구 때문에 힘들고 어렵다고 불평해대는 것이 공허한 말이 아닌가? 게다가 그처럼 힘드는 일을 했으니 보상이 뭐냐고 덤비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을 것이다.
믿음 때문에 봉사를 하는지, 신념 때문에 전교를 하는지, 도대체 잘 판단이 안설 때도 있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고 보면 그러니 죽어라하고 일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주님 앞에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 일도 안하고 생각만하며, 말만 하며 살까? 가끔씩 헷갈리고 의혹에 갈등하면서도 우리는 주님의 명령대로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한다는 것만은 오늘 복음도 명백히 제시한다.
다만 우리가 하는 일로 해서 바랄 것이 아무것도 없어야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백번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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