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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퇴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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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1-10-13 조회수1,874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제 27주간 금요일 복음(루가 11, 15-26)

 

웬 마귀 신봉자가 그렇게 많은지....  천주교 신자가 된 이후, 한동안 가진 느낌이었다.

우리 반에서는 예전에 마귀가 자기 몸에 붙어있다고 늘상 팔을 꼬집어 뜯는 신자가 있었다.  그 이전에 살던 곳에는 기도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 할머니가 교우 방문을 가시면 가끔 이 집에 뭐가 왔다갔다하니 미사를 드리고 구일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예비신자 때는 세례를 받고 깨끗하게 되면 일곱 마귀가 쳐들어오니 조심해야 한다고 겁을 주는 일도 있었다. 이런 예는 부지기수지만 더 이상한 것은 같이 듣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그럴 듯하게 끄덕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말씀봉사를 하면서 사람들은 무엇을 몰라 답답해하는지 궁금하여 평화방송의 ’신앙상담’을 자주 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질문과 호소를 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존재에 대해 내가 보지 못했다고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꽤 지식층의 사람들도 성서에서 근거를 대며 약한 신자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원래 사이비 종교가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여 신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성서엔 마귀, 악령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많다.  한가하게 집에 있는 날 자주 2인조 모 교회(?) 전도단이 주고 간 용지를 읽어보면, 세상은 ’악마의 졸개들이 판치는’ 곳이다.  그들의 근거도 역시 성서다. 성서가 과연 어느 시대에 쓰여진 책인가?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부터 쓰여져서 제일 나중에 쓰였다는 묵시록도 약 1900년 전의 것이다.

 

그 시대엔 원인을 알 수 없는 웬만한 것은 다 마귀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복음처럼 벙어리도, 귀머거리도, 간질도, 정신이상도 모두 마귀의 소행인 시대다. 예수도 그 시대를 뛰어넘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분은 참 인간이기도 하시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때는 기원전 2세기부터 유행했던 묵시문학의 영향으로 이 세상은 없어지고 말, 악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세상이라는 사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악마에 대한 구절과 그와 연관된 사상은 구약보다도 신약에서, 그것도 묵시록에서 절정에 달하는데 묵시록은 말할 것도 없이 묵시 문학의 대표주자다.  묵시록은 더할 수 없는 현실의 고통 속에서(박해) 죽음에 직면한 신앙인들에게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승리의 새 세상을 희망하며 신앙을 굳게 지키라고 격려하기 위해 그 민족에게 익숙한 상징, 표상, 숫자같은 암호로 쓰여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2000년 전의 표현 그대로를 믿고 두려워하며 ’악마 천국’을 만들어야 하는가는 생각해볼 일이다.  창세기 3장에서의 뱀은 악마의 전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창세기를 쓴 야휘스트는 창조설화에서 (뱀=사탄=타락한 천사) 이런 것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인간이 말하는 ’악’이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주님의 명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또한 인간이 유혹에 넘어가는 과정을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면밀하게 관찰한 저자가 뱀이라는 의인화된 타자의 모습을 빌어 이야기함으로써 인간 누구에게나 있을 심리를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성서의 해석 방법은 초대 교부들의 시대에서도 오늘날과 꼭같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깊이있는 역사비평적, 알레고리적 해석 방법이 있었다.  그런데도 2000년이나 후에 사는 많은 현대인들이 교회의 무관심 속에서 문자 그대로의 해석을 하고 있으니 조그만 자극에도 혼선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성서에 대한 광신(미신)에 사로잡혀 있다가 역사적 사실이 드러나고,  성서의 비사실적 부분이 드러나기만 하면 쩔쩔매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신앙마저도 다 팽개쳐버리는 얄팍한 신앙인들만 모여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마귀’가 좋아하는 마귀천국이 될 것이다.

 

미신은 교회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더 많은 샤마니즘이 교회 안에 존속하고 있음을 보며, 신앙의 토착화 이전에 먼저 미신들부터 하나씩 청소해나가는 것이 현대의 ’퇴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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