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환희의 신비 1단의 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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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1-10-26 | 조회수2,067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로사리오 성월이 끝나가고 있어 때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연관된 성서말씀으로 한번 묵상해보기로 합니다.
루가 1,26-38
루가복음은 예수의 유년기를 세례자 요한의 유년기와 엇갈려 나오도록 구성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일부러 두 분을 대비해서 보도록 의도하고 있고, 구약과 신약의 시대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고리로써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삽입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예수의 출생예고는 세례자 요한의 출생예고와, 예수의 탄생에 대한 서술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의 장면과 상호 대비해가며 읽는 것이 보다 저자의 의도를 더욱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예수의 출생 예고에 대한 내용부터 묵상해본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라는 처녀를 찾아가 장차 구세주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전갈을 들려주는 대목이다.
이 내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약의 예언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하나는 예언자 나단이 다윗에게 전해주었던 하느님의 약속(2사무 7장)-다윗의 후손에게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왕조와 왕위를 주겠다는 예언.
또 하나는 이사야 7,10-14의 예언이다. 이사야 예언자가 유다의 아하즈 왕에게 내린 하느님의 약속-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는 예언. 이 예언들은 이스라엘 민족이라면 잠꼬대를 할 만큼 친숙한 구절이다. 자신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메시아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는 가사는 아주 어린 아이도 외우고 있는 것처럼....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마리아의 응답에서 더 심오한 의미를 발견할 것이다.
천사가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에 살고있는 마리아를 찾아간다. 그런데 눈여겨 볼 것은 마리에게 붙은 두 개의 수식어이다.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 이제 < > 안의 수식어 두 개는 위의 두 개의 예언과 직결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천사의 인사에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갑자기 들어와 인사를 건네는데 당황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으나 인사말을 곰곰이 생각하였다는 것은 독자들에게도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유도이며, 따라서 그 말은 평범한 말이 아니라는 암시이다.
우선 다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그 인사말은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한다. 천사의 다음 말은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인데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라는 것과 그 아기가 어떤 아기가 될 것인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즉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라고 한다.
천사는 연이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어 야곱의 후손은 영원히 다스리는 왕이 될 것이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다윗에게 내린 나단의 예언, 모든 민족이 어린이까지도 읖조리고 있었던 그 예언을 실현시킬 메시아가 바로 마리아의 몸에 잉태될 아기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말은 처녀가 어떻게 아이를 갖겠냐는 단순한 인간적인 질문이라기보다 다른 곳에 그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마리아의 이 질문으로 천사의 다음 설명은 유도되고, 처녀에게서 임마누엘이 탄생된다는 이사야의 예언을 독자들의 기억에서 불러일으키게 할 복음사가의 목적이 있다고 보인다.
"성령이 내려와서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라는 천사의 설명은 광야에서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감싸 주시고(출애 13,21-과 같은 단어), 성전을 가득 감싸고 있었던(열왕 8,10과도 같은 표현) 하느님의 현존을 뜻하고 있다.
이제 마리아는 강력한 하느님의 현존이 감싸주고 보호하는 분이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한 마리아에게서 태어날 거룩한 아기는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 하느님의 위대한 능력은 친척 엘리사벳에게 요한을 주신 것으로도 증명이 되지만 마리아에게 일어날 신비한 일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다.
천사의 말을 주의깊게 듣고 있던 마리아의 입에서 드디어 나온 주옥같은 답변.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종’ 마리아가 여태까지 곰곰이 생각했던 인사말에 대한 절묘한 응답이다.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는 말은 구약의 위대한 종들(모세-출애 3,11-12, 예레미아-예레1,8... 등)을 부르실 때, 하느님께서 같은 말씀을 하였었다. 즉 천사의 인사말은 마리아를 하느님의 위대한 종들의 하나로서 부르시는 특별한 말인 것이다.
또한 "기뻐하여라,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는 말은 구약의 예언서(스바니야 3,14-15; 즈가리야 2,14. 9,9; 이사야 12,6.62,1-5 등...)을 참조하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직접 오실 것을 약속하면서 기쁨으로 초대하시던 말씀이였었다. 그러니 마리아에게 한 천사의 말은 바로 그 기쁨의 때가 지금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선포인 것이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씀들인데....’ 라며 마리아는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았겠는가? 천사의 구구절절 이어지는 구세주 메시아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아무리 시골구석에 살던 이름 없고 배운 것 없는 여자라 하더라도 나라 백성이라면 모두 기다리던 그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를리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하는 마리아의 답변은 얼떨결에 대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에서는 비장하고 단호한 결의까지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루가복음 사가는 우리에게 마리아를 하느님께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에게 부여된 가장 영예로운 칭호이며 가장 겸손한 칭호인 <종>으로 소개함으로서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위대한 종들의 반열에 오르셨음과 그 모든 종들을 대변하는 분으로 볼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끝으로 세례자 요한의 출생예고와 비교해보자.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 하느님의 거처인 성전에서, 안밖으로 제사와 기도가 드려지던 때에, 오랫동안 소원하던 일을 이루어주겠다는 시점에, 표징을 요구하던 신분이 사제인 즈가리야.
갈릴래아라는 이방인의 지역의 한적한 시골 나자렛, 누추하고 가난한 집에서, 전혀 예상치도 않은 시간에, 꿈에라도 소원한 적 없는 상식 밖의 일을, 즉각 받아들이고 있는 시골 처녀 마리아.
엄청난 대비가 즈가리야와 마리아에게서 일어나고 있다. 존귀한 분이시라는 뜻, 마리아! 이분의 응답 한마디가 전 인류의 역사를 뒤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분께 잉태되신 아기 예수! 인류 구원의 기쁜 소식의 서막이 한 시골처녀의 응답으로 열리는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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