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뮤직 비디오 김종국의 "남자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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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12-11 | 조회수2,646 | 추천수38 | 반대(0) 신고 |
12월 12일 대림 2주간 수요일-마태오 11장 28-30절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뮤직 비디오 김종국의 "남자니까">
요즘 아이들이 준비하는 일종의 성탄제인 "어울마당"을 준비하러 소년분류심사원(범법 청소년들이 형을 확정 받기 전 약 한 달 가량 머무르는 곳)에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천주교반에서 아이들에게 지도해야할 프로그램은 그룹댄스와 시낭송입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김종국의 "남자니까"란 곡에 맞춰 수백 번도 더(옷이 다 젖을 만큼) 연습을 되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동작을 함께 하며 하나하나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는 형제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있노라니 가슴이 다 훈훈해졌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뮤직 비디오와 거의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며칠 전 적당한 뮤직 비디오를 구입하기 위해 영등포 시장 바닥을 샅샅이 훑고 다닐 때의 피로가 일순간에 다 가시는 듯 했습니다(레코드 가게 점원으로부터 "이상한 아저씨네!"하는 눈길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이어서 한 아이가 "어머니께 드리는 글"을 배경음악과 함께 낭독하기 시작했습니다. 갖은 미사여구를 다 동원한 통속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글이었지만, 아이의 태도는 더없이 진지했습니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조금씩 떨리던 목소리는 이윽고 "어머니의 가슴에 또 한번의 못을 박은 이 불효자를 용서해주십시오"라는 대목에서는 거의 울먹이게 되어 더 이상 글을 읽어나가지 못했습니다.
우리 분류심사원 아이들, 비록 "욱"하는 성격을 못 참아, 또는 그 징한 악습을 못 떨쳐버려서 이곳에 와 있지만,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아이들입니다. 정이 깊고, 의리가 있고, 때로 눈물도 흘릴 줄 아는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옆에서 조금만 붙들어주면 충분히 제 갈 길을 걸어갈 아이들임을 알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니 아이들에게 그룹댄스를 지도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때로 수사님은 뒷꽁무니를 빼는 아이들을 혼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서 저희가 투자한 간식비만 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배우는 일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차가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저희와 함께 있는 것이 참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저희 역시 그 아이들을 위해 투자했던 그 오랜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 동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저희도 행복했습니다. 연습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전혀 피곤하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참된 휴식에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분류심사원 아이들과 잠시 지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된 휴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 앉아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라는 생각.
부모와 교육자들에게 있어 가장 좋은 휴식은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잘 되는 것, 성숙해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참된 휴식은 레저활동을 통한 휴식보다는 하느님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 고통과 시련 가운데서도 기뻐하는 것입니다. 본인도 가난하고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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