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예수님의 처방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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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2-01-07 | 조회수1,749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주님 공현 후 월요일 말씀(마태 4,12-25)
세례자 요한이 잡혔다는 말을 들으시고 예수께서는 갈릴래아로 가셨다.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다. 요한은 남부 유다 요르단 강가에서 활동하였지만 예수께서는 북부 갈릴래아 지방으로 활동의 근거지를 삼으신다. 흔히 요한만이 예수님 뒤로 물러나는 겸손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예수님이야말로 요한이 활동을 못하게 된 뒤부터, 그의 주무대가 아니었던 곳에서 활동하시는 참으로 겸손하신 분이시다. 더구나 요한의 능력과 당신의 능력의 현격한 차이에도 말이다. 우리는 어떤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영역을 인정해주고 때를 기다릴 줄 알고 있는가?
예수께서 갈릴래아로 가신 것은 물론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다. 이사야의 예언서에 언급된 대로 "이방인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있는 백성....죽음의 그늘진 땅에 앉아 있는 사람들"부터 빛을 비추어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니까 주 활동 장소를 신중하게 고려하신 결정이다.
요한이 백성을 준비시키는 동안, 예수께서도 공적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셨다.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으며, 광야에서 유혹에도 승리하셨고, 장소까지도 신중하게 검토하시고 때를 기다리시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셨던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 일을 한다면서도 이처럼 철저히 준비하고 있을까?)
"여러분은 회개하시오. 하늘나라가 다가왔습니다". 마침내 당신의 활동의 청사진을 분명하게 선포하신다. 그러니까 저 멀리 있을 줄 알았던 하늘나라가 우리에게 밀접히 다가왔다는 기쁜 소식을 이제부터 들려주고 보여주시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회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을 하기 전, 협조자(제자들)들 까지 선발하신다.
이제 본격적인 작업(^^*)으로 들어가신다. 예수께서는 가르치시고, 복음을 선포하시고, 백성 가운데 모든 질병과 모든 허약함을 고쳐주셨다. 여기서 순서는 아주 중요하다. 즉 먼저 하늘나라에 관한 가르침이 복음 선포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가르침이 어떤 구원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표징으로 치유활동을 하시는 것이다. 그러니 치유는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마술적인 행위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병자를 말끔히 고쳐주셨다는 소문을 듣고, 온 나라(유다지역, 이방지역을 망라하여)와 이웃 나라에서까지 난치병 병자들이 모두 예수께 몰려온다. 그분은 그들을 모두 고쳐주셨다. 그러나 치유는 하늘나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그렇게 모인 사람들을 상대로 이제부터 중요한 가르침을 선포하시기 위한 준비 단계였음을 잊어선 안 된다. 즉 곧 ’산상 설교’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오늘 병원에서, 유명하다는 의사 방 앞에 대기하고 있는 장사진을 보면서 상상해보았다. 이렇게 전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환자들에게 만일 예수님이 나타난다면? 그리고 여러가지 검사나 수술없이 한번에 고쳐주신다면? 게다가 비용도 받지 않는다면? 참으로 복되고 복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천국이 바로 여기일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만이 다는 아닌가보다. 그러니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아닌가. 좀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참 기쁨과 진정한 평화가 흘러넘치는 천국을 만들기 위해 하늘나라의 가르침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 가르침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 아닌가.
현대에도 정신적, 육체적 치유를 목적으로 예수께 오는 사람은 많다. 어느 기도모임에서도 치유받고 돌아간 사람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다시 재발하거나 다른 곳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문제는 치유받기 위해서 복음을 사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살아야 지속적인 기쁨 속에서 치유도 부수적으로 얻는다는 이야기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하늘나라를 내 가까이 실현시키려 애쓰는 것’이야말로 나의 모든 고질병과 허약함을 낫게 하는 주님의 근본적인 처방전이다. 이것보다 더 큰 치유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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