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랑은 단순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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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2-01-07 | 조회수2,807 | 추천수27 | 반대(0) 신고 |
2002, 1, 8 주님 공현 후 화요일
마르코 6,34-44 (오천 명을 먹이시다)
예수께서 (배에서) 내리시며 많은 군중을 보시고는 그들을 측은히 여기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과 같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여러모로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되자 제자들이 예수께 다가와서 말씀드렸다. "이곳은 외딸고 이미 늦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헤쳐 보내어, 주변의 농가와 마을로 물러가서 먹을 것을 스스로 사게 하십시오."
그러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대답하여 "여러분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오" 하시니, 제자들은 "저희가 가서 빵을 이백 데나리온 어치나 사다가 그들에게 먹도록 주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여쭈었다.
이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여러분이 빵을 몇 개나 가지고 있습니까? 가서 (챙겨) 보시오"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알아보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지시하여 모두 푸른 풀밭에 서로 한 패씩 어울려 자리잡게 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 명씩 또는 오십 명씩 떼를 이루어 자리 잡았다.
이윽고 예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축복하신 다음, 빵을 떼어 당신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셨다. 또한 그분은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이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리하여 모두 먹고 배가 불렀다. 그리고 (빵) 조각들을 모았더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고, 이어 남은 물고기도 거두었다. (빵을) 먹은 사람들 (중) 남자들이 오천 명이었다.
<묵상>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으로서 하늘나라라는 새 세상이 이미 우리 가운데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속해있는 아주 작은 단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칙이나 질서가 필요하듯이, 하느님께서 주신 새 세상 역시 이러한 규칙과 질서가 있어야만 보다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새 세상을 이루어 가는 규칙과 질서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하늘 나라에 살기 위한 법입니다. 그렇지만 사랑은 세상의 법처럼 수없이 많고 복잡한 법조문을 가지고 있는 법이 아닙니다.
사랑은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라는 단 한마디로 표현될 수 있는 법입니다. 배고프고 지친 사람들을 헤쳐 제각기 음식을 사 먹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배고픈 사람과 함께 있고 이들에게 무엇인가 먹을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먹을 것을 주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런데 내게 먹을 것이 남아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형제가 굶주리고 있다면, 자신의 것을 나누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나누고 싶어도 나눌 것이 없는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지요. 그러기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라는 예수님의 명령이 조금은 당황스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웃에게 무엇을 나눌 만큼 충분한 부자는 우리 가운데 아무도 없습니다. 재벌 그룹의 회장이라도 항상 부족함을 느끼면서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조금만 더 돈을 벌면 그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많은 돈을 벌더라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줄 때는 오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사랑은 물량이나 수량으로는 다가설 수 없는, 마음입니다. 사랑은 가난한 이웃들을 자신이 보지 못하는 곳으로 흩어버리는 약삭빠른 잔꾀가 아니라, 비록 커다란 도움은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자신의 품에 안는 미련함입니다. 사랑은 자신이 나눌 수 있는 것을 꼼꼼히 계산하는 치밀함이 아니라, 가진 것이 없다하더라도 어떻게든 나누려고 애쓰는 무모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먹을 것을 주어야 하는 사람은 돈 많은 다른 누구도 아니요, 앞으로 가진 것이 많아진 후의 우리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우리입니다.
나누어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주실 것입니다. 사실 나누어 줄 것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자신이 나눌 수 있는 것을 외면하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나누려 할 뿐이겠지요. 자신이 하찮게 생각하는 것을 나누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체면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랑이 아니라 자기 욕심 채우기 말이지요.
참된 나눔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기 전에 그저 나눌 수 있기를,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실 사랑은 하느님으로부터 오고 사랑하는 모든 이는 하느님에게서 났고 하느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하느님을 모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요한 1,4,7-8)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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