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쌀 100포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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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1-11 | 조회수2,232 | 추천수25 | 반대(0) 신고 |
1월 12일 토요일-요한복음 3장 22-30절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쌀 100포대>
요즘 심심찮게 들리는 말들 가운데 하나가 이런 말입니다. 일부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고액과외를 통해서 번 돈으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한다든지,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상류층 못지 않은 호화판 생활을 한다는 소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참으로 격에 어울리지 않는 생활, "그냥 두었다가는 큰일나겠다"는 걱정이 드는 현실입니다.
이런 걱정에 사로잡혀있던 제게 참으로 흐뭇한 소식 한가지가 전해져왔습니다. 지난 1월 3일 청주에 사는 한 대학생이 몇 달간 땀흘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전액으로 20kg들이 쌀 100포대를 사서 불우한 이웃들에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남자 대학생은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해 달라"는 쪽지 한 장만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대학생이 쌀과 함께 보낸 종이 쪽지에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과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아껴 쌀을 마련했습니다. 얼마 안되지만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 쌀을 보냅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쌀가게 주인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남학생이 380만원을 건네며 "쌀 100포대를 구청에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100포대 가격인 430만원에는 부족한 돈이었지만 장사를 시작한 지 3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고 학생의 마음씨가 너무 착해 그 돈만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자선 중에 가장 으뜸가는 자선은 겸손한 자선입니다. 남보란 듯이 떠벌리는 자선이 아니라 끝끝내 자신의 이름을 숨기는 자선, 할 일을 다 했으면 미련 없이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자선, 끝까지 신문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는 자선, 그것만큼 아름다운 자선은 다시 또 없습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참으로 겸손한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한은 예수님에 대해서 자신의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참으로 큰 겸손이고 참으로 큰 물러남입니다.
우리가 한평생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일 중에 하나가 "물러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물러나는 일보다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은 다시 또 없는 듯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례자 요한의 삶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겸손의 삶이었습니다. 물러날 때가 왔을 때는 표시 내지 않고, 떠벌리지 않고, 불평불만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서는 삶,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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