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봉헌:하느님과의 만남 그리고 하나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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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2-02-01 | 조회수1,927 | 추천수20 | 반대(0) 신고 |
2002, 2, 2 주님 봉헌 축일(봉헌 생활의 날)
루가 2,22-40 (정결례, 속량, 시므온과 안나의 증언)
모세의 법대로 그들이 정결하게 되는 날이 차서, 그들은 아기를 주님께 봉헌하려고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갔다. 그것은 "모태를 열고 나온 맏아들은 모두 거룩하여 주님의 차지라 불리리라"고 주님의 법에 기록된 바를 따른 것이다. 또한 주님의 법에서 명한 대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를 제물로 바치고자 했던 것이다.
마침 예루살렘에는 시므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경건하여 이스라엘이 위로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성령이 그에게 머물러 계셨다. 성령은 그가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그에게 알려 주셨다. 시므온은 영에 이끌리어 성전으로 갔다. 부모가 아기에 관한 율법 규정을 지키려고 아기 예수를 데리고 오자 시므온은 아기를 두 팔로 안고 하느님을 찬양하여 이렇게 말했다.
"주재자시여, 당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제야 당신 종을 평안하게 풀어 주시나이다. 과연 제 눈으로 당신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이는 친히 모든 백성 앞에 마련하신 것, 이방 민족들에게는 계시하는 빛이요,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로소이다."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겼다. 시므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고 보시오. 이 아기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며 또 아기는 배척당하는 표징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영혼을 칼이 꿰뚫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의) 속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또한 안나란 예언녀가 있었는데 그는 파누엘의 딸로서 아셀 지파 출신이며 나이가 많았다. 그는 처녀 시절을 보낸 다음 남편과 일곱 해를 살다가 과부가 되어 여든 네 해가 되도록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 단식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섬겨 왔다. 마침 같은 시간에 안나는 다가와서 하느님께 찬송을 드리고, 예루살렘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그 아기 이야기를 하였다.
그들은 주님의 법대로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갈릴래아로 (떠나) 그들의 고을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아기는 자라면서 지혜로 가득 차서 튼튼해지고 하느님의 총애가 그에게 내렸다.
<묵상>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저는 주님 봉헌 축일을 ’감격적인 부자 상봉의 날’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성전에서 하느님 아버지와 외아드님이신 아기 예수님이 만났기 때문입니다. 당신 앞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시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시는 아버지 하느님을 떠올려 봅니다. 성모님 품에 안겨 사랑하는 아버지께 나아가신 아기 예수님을 떠올려 봅니다. 원래 한분이신 아버지 하느님과 아기 예수님께서 감격적인 해후를 하셨습니다.
봉헌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거창한 신학적 수식어를 써가면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하느님과의 만남’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 자신을 하느님께 내어놓는 것이며, 하느님께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봉헌이란 이러한 내어놓음과 받아들여짐을 통해 하느님과 우리가 하나되는 첫걸음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모상대로 창조하신 우리는 원래 하느님과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하나였던 관계가 깨지고 말았습니다. 이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 그리하여 다시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것을 우리의 입장에서 표현하자면, 그것이 곧 봉헌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과 만나 일치를 이루는 봉헌을 통해 우리는 믿는 이들에게는 주님의 영광을 보이며, 믿지 않는 이들에게 주님의 구원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러한 영광과 구원을 드러내기 위해서 우리는 사랑에 굶주린 이웃에게 희망을, 고통과 슬픔에 허덕이는 이웃에게 기쁨을 전하는 주님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 먼저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 찰 때에만 비로소 참된 주님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때 "주님,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라는 시므온의 찬양이 곧 주님께 봉헌된 우리를 바라보는 이웃이 하느님께 드리는 찬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세례를 통해 기쁘게 봉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한 성소에 따라 주님의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우리 한 몸과 삶을 주님께 봉헌함으로써 이처럼 커다란 은총을 받아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자체가 우리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요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누리는 이 기쁨과 희망을 이웃에게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사랑하는 벗님들 모두가 자신을 봉헌했던 첫마음을 되새기면서, 새롭게 봉헌의 삶을 다짐하는 값진 시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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