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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홀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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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2-02-06 조회수2,824 추천수34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는

<홀로> 하느님과 맞대면할 때가 있었는가 하면

끊임없이 제자들과 <함께>, 그리고 군중과 <함께> 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을 <둘씩 짝지워> 파견하셨다.

그리고 둘이나 셋이 당신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다.

 

오늘 말씀에서

특히 <둘씩 짝지워> 파견하시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가끔 참 좋은 분인데

함께 일하기는 어렵고

독불장군처럼 홀로 일하는 성향이 강한 분들을 보게 된다.

어떤이들은

별 능력은 없어도

함께 일하기를 좋아하는 분들도 보게 된다.

 

수련 때 농장일을 시켜보면

남들은 함께 담소도 하면서 밭을 메는데

꼭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풀을 뽑는 형제도 있더라.

어떻게 보면 능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홀로> 하기를 즐기는 지도 모르겠다.

 

예수님도 분명 홀로 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의 홀로하심은 거의 항상

아버지와 단둘이 있고 싶어함의 결과일 뿐이었다.

아버지와 대화하고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기 위해 <홀로>하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홀로>의 시간은 <함께>를 위해 있는 시간이었다.

 

예수님은 <파견받은 자>로서 이 <함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사도들을 <파견>하시면서 이 <함께>를 원칙으로 내세우신 것은 아닐까?

<홀로> 따로 파견하시지 않고

<둘씩 짝지워> 파견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 교구 신부님들을 바라보면서

<홀로>여서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으니까???(사실은 그럴수도 없겠지만)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 보면

<홀로>이기에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수도자들은

늘 <함께>를 살아가기에

때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 <함께> 때문에 늘 든든할 수 있다.

언제나 형제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웬수>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이 형제들이 없으면 홀로 이 멀고도 험난한 영적여정을 어떻게 걸어나갈 수 있을까

끔찍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느님께서는

태초에 사람을 만드시면서도

<홀로>가 보기가 안스러워

<함께>하도록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고 하지 않는가?

 

때로

<함께>의 대상인 가족이나 형제가 웬수로 보일 때도 있지만

이 <함께>에 대한 감사가 있을 때

우리는 참으로 파견받은 제자의 신분을 살 수 있게 된다.

 

나는 <홀로> 있기를 좋아하는가?

그래야 한다.

하느님과는 가능하면 <홀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료 인간들과는 늘 <함께>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예수님의 제자다운 제자는 될 수 없다.

 

내가 어떤 처지에 있든지간에

이 <홀로>와 <함께>에 충실해야만 한다.

 

나의 <홀로> 있음과

나의 <함께> 있음이

참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꾸려나가자.

그럴 때

나의 약점과 부족함도 문제가 되지 않고

다른 이웃의 다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니시, 좋더라!> 하신 창조주의 기쁨을

우리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느님과 <홀로>가 좋더라!

이웃과 <함께>가 좋더라!

 

아, 이 기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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