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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땅의 소금과 세상의 빛(돈더스 신부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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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2-02-09 조회수2,071 추천수15 반대(0) 신고

 

 

2002, 2, 10 연중 제5주일 복음 묵상

 

 

마태오 5,13-16 (소금에 관한 상징어, 빛에 관한 상징어)

 

여러분은 땅의 소금입니다. 그러나 소금이 싱거워지면 무엇으로 그것이 짜게 되겠습니까? 이미 아무데도 소용없으므로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힙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빛입니다. 산 위에 자리잡은 도시는 숨겨질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등불을 켜서 그것을 됫박 밑에 놓지 않고 등경 위에 놓습니다. 그래야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비칩니다. 이처럼 여러분의 빛이 사람들 앞에 비치어, 그들이 여러분의 좋은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시오.

 

 

<묵상>

 

땅의 소금과 세상의 빛

 

조셉 G. 돈더스

 

우리는 땅의 소금과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 이 구절은 너무나 유명한 말이면서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크리스챤들은 이 구절을 인용하여 말한다.

 

"우리는 소금이다. 우리는 빛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소금이 얼마나 하챦은 물질인지 모르는 듯싶다. 성서에 등장하는 오직 한 사람, 그녀라면 진정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소금이다!" 그녀는 소돔과 고모라를 되돌아본 순간 소금으로 변한 롯의 아내다. 그녀는 100퍼센트 소금으로 변했는데, 이를 보고 잘된 일이라고 기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이다.

 

소금 그 자체는 쓸모가 없다. 소금만 놓고 본다면 그만큼 쓸모 없고, 다루기 힘들고, 식용에 적합치 못한 것은 없으리라. 소금만 가지고는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다. 배고파 굶어 죽더라도 소금을 먹을 수는 없다. 갈증으로 목이 타더라도 소금을 마실 수는 없다. 그리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다. 소금 그 자체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소금은 땅을 불모지로 만든다. 소금은 생명을 앗아간다. 소금은 사체를 보존한다. 소금은 무겁다. 소금은 무익하다.

 

오늘의 복음을 통해 예수께서 지적하신 대로, 소금은 다른 것과 섞였을 때만이 비로소 유익하게 쓰인다.

 

우리는 소금이 아니라, 땅의 소금이다. 우리는 땅과 섞여야만 한다. 우리는 주변의 물질들과 섞여야만 한다.

 

만약에 크리스챤들이 "나는 땅의 소금이다" 라고 생각하거나 말한다면, 이들은 정작 인간사의 요리 냄비에 던져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들은 인간사의 냄비에 똑바로 서 있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그런 냄비 속에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런 냄비 속에서 다른 물질들과 섞여야만 한다. 이들은 삶아져야 하고 끓는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로 녹아 없어져야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럼으로써 가장 훌륭한 맛, 입에 꼭 들어맞는 맛을 내어야 한다.

 

땅의 소금인 크리스챤들은 이따금 특별한 일을 하도록 부름받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런 특별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크리스챤들이 마침내는 여러 단체 가운데 하나에 가입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단체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 크리스챤들은 기도를 꼭 해야 하겠지만, 모두가 기도 모임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설사 아주 유익한 일이더라도, 모두가 사회 사업을 운영하거나 직접 참여할 필요는 없다. 땅의 소금인 크리스챤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인간의 현실에서 - 이 세상에서, 이 삶 속에서, 이 거리에서, 이 고을에서, 이 도시에서, 이 나라에서, 온 세상에서 - 맛을 내는 사람, 맛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소금이 다른 것과 섞이지 않는 한, 소금은 대단히 짜고, 쓰고, 자극적이고, 얼얼하고, 해롭고, 맛이 독하다. 만약에 소금이 다른 것과 섞이지 않고 혼자서도 쓰일 수 있다면, 소금에 찌든 타올로 사람들의 엉덩이를 후려치기 위해서나 쓰일 터이다. 이렇게 쓰인 소금이라면 인간의 살 속에 박혀 평생토록 고통이나 줄 따름이다.

 

소금만으로는 살 수 없거니와 해롭기까지 하다.

 

또 예수께서는 우리가 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거듭해서 많은 크리스챤들은 열심히 자기네가 빛이라고 외쳐 댈 터이다.

 

이들은 마치 빈방에서 혹은 됫박 밑에서 타 들어가는 촛불처럼, 빛을 가로막은 채 자신의 빛을 봄낸다.

 

빛만으로는 역시 쓸모 없다. 빛만으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빛만으로 여러분은 사물을 분간하지 못한다. 빛만으로는 잘못을 캐내기 위해 고문당하는 이의 눈앞에 일부러 들이대는 빛과 다를 바 없다. 빛만으로는 해롭다.

 

빛은 그 자체보다 다른 사물을,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보게 할 때 유용하다. 빛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바와 상응할 때, 우리를 통해서 유익하게 쓰인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우리는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가능성들을 비추어야 한며, 이 세상을 밝게 비추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임무요 우리의 사명이다. 세례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활초를 통해서 빛을 받는다. "그리스도의 빛을 받으시오!" 마찬가지로 그런 이유 때문에 옛날 세례식 때는 사람들이 소금을 먹었다.

 

우리는 소금이 되어야 하지만, 섞이지 않는 소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빛이 되어야 하지만, 비추지 않는 빛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예수를 본받는 삶을 살고 행동한다면, 그 때 우리는 다른 이에게 위로가 될 터이며, 우리는 그들에게 구원이, 희망이, 즐거움이 되리라.

 

그런 소금과 빛을 여러분은 - 고맙게도 - 이 세상 도처에서, 이 나라 도처에서, 이 마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예수의 영과 부딪치자 변화되었다(시편 112, 4-8을 보라).

 

  그는 어질고 자비롭고 올바른 사람이라

  어둠 속의 빛처럼, 정직한 사람을 비춘다.

  인정이 많고 동정 어려 남에게 꾸어 주며,

  모든 일을 양심으로 처리한다.

  그 사람은 흔들리지 않겠고

  영원히 의로운 사람으로 기억되리라.

  야훼를 믿으므로 그 마음이 든든하여

  불행이 온다 해도 겁내지 아니한다.

  확신이 섰으니 두려울 것 없고

  마침내 원수들이 망하는 것을 보게 되리라.

  그는 너그러워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니,

  그 의로운 행실은 영원히 기억되고,

  사람들이 그 영광스런 모습을 우러르리라.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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