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잿밥에만 관심
이전글 그 간절한 눈망울  
다음글 그리스도수도회를 다녀와서...  
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2-11 조회수1,598 추천수14 반대(0) 신고

연중 제5주간 월요일 세계 병자의 날 (2002-02-11)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1열왕 8,1-7. 9-13 복음 : 마르 6,53-56

 

 

[잿밥에만 관심]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바다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배를 대었다.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예수를 알아보고 그 근처 온 지방을 뛰어다니면서 병자들을 요에 눕혀가지고 예수가 계시다는 곳을 찾아 그리로 데려왔다.

 

마을이나 도시나 농촌이나 어디든지 예수께서 가시기만 하면 사람들은 병자들을 장터에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만이라도 만지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리고 손을 댄 사람은 모두 나았다.

                                  (마르 6,53-56)

 

 

마당이 넓은 성당으로 가면 꼭 진돗개를 한 마리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진돗개 분양장에 가서 튼실한 강아지 한 마리를 사왔는데, 허우대 좋은 이 녀석은 꽤나 먹을 것을 밝혔다.

 

배부르게 먹고 한잠을 늘어지게 자는 양을 보면 부럽기조차 했다.

 

이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기품있는 모습으로 자라났는데, 문제는 지나치게 먹을 것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훈련을 좀 시켜보려고 공을 던져보아도 그게 먹을 것인 줄 알고 뛰어갔다가도 먹을 게 아니라는 걸 알면 즉시 돌아와 이곳저곳을 킁킁대며 돌아다녔다.

 

어디 그뿐인가. 누구라도 와서 먹을 것을 주면 주인이고 뭐고 다 소용이 없다.

 

저 녀석 진짜 진돗개 맞아? 나쁜 녀석, 먹을 것 밝히듯 훈련을 받는다면 명견이 될 텐데.

 

오천 명을 먹이시고 물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그들은 예수님의 복음선포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직 기적에만 관심이 있었다.

 

고향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했던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시고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병자들을 실어 나르고 옷자락만이라도 만지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성당의 예수님은 늘 혼자다.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시기에도,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시기도 늘 그렇다.

 

그러나 입시철만 되면 아침 일찍부터 성당엔 기도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수능 보는 날이 성탄 대축일보다, 부활 대축일보다 더 큰 축일인가 보다. 그 초조한 마음이야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예수님은 예나 지금이나 참 답답하시겠다.

 

먹을 것을 찾는 강아지처럼,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병자를 실어 나르고 옷자락만이라도 만지게 해 달라고 간청하는 마음으로,

 

입시철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신앙의 열절함이 있다면 우리라고 성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곽명호 신부(대전교구 신탄진 천주교회)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