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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 작성일2002-02-19 | 조회수2,249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사순 제1주간 화요일 (2002-02-19)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이사 55,10-11 복음 : 마태 6,7-15
[오늘]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아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줄 안다.
그러니 그들을 본받지 말아라.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구하기도 전에 벌써 너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남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마태 6,7-15)
겨우내 몸뻬에 빨간 스웨터를 입고,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미사에 참례하는 할머니가 계셨다.
하루도 미사를 거르는 법이 없는 분이셨는데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되어 집을 찾아가 보았다.
할머니는 감기에 걸려 성당에 나가지 못했다며 황송해 몸둘 바를 몰라하셨다. 작지만 깨끗하게 정리된 방에는 기도상 위에 성모님과 손때 묻어 반들반들해진 묵주가 할머니의 기도생활을 말해 주었다.
자녀도 없이 혼자 사는 할머니는 아직은 건강하니 아무 걱정할 것이 없으시단다. 그런데 어느날 시장통을 지나다가 연탄불을 피우고 설탕을 녹여 만드는 띠기 장사를 하는 할머니를 보았다.
사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으시다던 할머니는 그야말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분이었다.
그런 할머니께서 성전 건립에 보태 쓰라며 참으로 큰 돈을 가져오셨다.
괜찮다며 아무리 설득해도 할머니는 “신부님, 이 늙은이는 하루 먹고 사는 데 아무 걱정이 없슈. 오늘만 내 날인디 뭐가 걱정이래유. 하느님이 건강 주셨으니께 얼마나 고마워유” 하신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매일 돈 걱정에, 내일 걱정에, 다음해 걱정까지 늘어놓으며 살고 있는 내게 할머니는 일용할 양식을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가르쳐 주셨다.
우리는 일용할 양식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또는 몇십 년의 양식을 청하며, 그것도 영적인 양식이 아니라 오직 육적인 양식만을 구하는 데 몸부림친다.
내일이라는 시간은 하느님의 것이고, 다만 오늘만이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일 뿐이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청하고, 오늘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며, 오늘 유혹에서 지켜주시길 기도해야 한다.
아무리 유창하고 거침없는 기도를 드리면 뭘 하는가. 진실로 기도하지 않으면 이방인들처럼 그저 빈말만 되풀이하는 것뿐이다.
시인 휘트먼은 “우리는 매일 하늘을 본다. 그러나 진실로 하늘은 본 적은 없다”라 했던가?
곽명호 신부(대전교구 신탄진 천주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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